국내 증시의 상승세에도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해외 주식 투자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특히 AI 버블 우려에도 관련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추가 매수하는 상황이다. 투자업계는 조만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서학개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1위는 엔비디아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11억926만달러 순매수했다. 지난 7월부터 10월초까지 3개월간 서학개미 투자자의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가 2억9656만달러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집중적인 매수세가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보관금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학개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2일 기준 1622억2629만달러로 올 2분기 집계된 1360억3000만달러 대비 19.25% 늘었다. 보관금액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을 달러로 환산한 수치다.
이는 코스피 불장에도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지수는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 4011.57로 마감해 올 상반기말(3071.70) 대비 30.59% 급등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적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상반기말 2만369.73에서 13일(현지시간) 2만2870.36으로 12.27% 상승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6204.95에서 6737.49로 8.58% 올랐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글로벌 1위 수준의 상승세를 선보였지만 미국 증시 역시 오름세를 시현했다”면서 “급등에 따른 일부 조정 우려감은 한국과 미국 모두 존재하나, 미국 증시의 경우 조정기에도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낸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보다 굳건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러브콜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산업 전반의 재편을 이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혁신과 미래 첨단분야의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에 자리한 점도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박제민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통신, 양자, 기초과학, 로봇,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분야에서 표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버블 우려가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영화 빅쇼트 모델인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AI 열풍이 과거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짐 티머니 AB자산운용 미국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가 주요 고객사인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GPU를 더 많이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같은 순환구조의 거래는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닷컴버블 시기 펫츠닷텀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픈AI는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는 기업이지만, 수년째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라며 “만약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AI 관련 설비투자 열풍은 순식간에 식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관건은 엔비이아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오는 19일 장 마감 후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실적 서프라이즈보다 마진 개선과 매출 성장률에 집중할 것”이라며 “젠슨황이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이나 AI 버블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가에는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