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에서 스페셜로, ‘킵 온 무빙’ 가든 [심언경의 메이드인]

커스텀에서 스페셜로, ‘킵 온 무빙’ 가든 [심언경의 메이드인]

메이드인② 가든
‘보이즈2플래닛’ 시그널송 ‘올라’ 작곡
이상원·이리오 데뷔 예상…허씬롱 응원
JYP 소속 그룹 비롯해 아이돌 다수 협업

기사승인 2025-11-15 06:00:09
작곡가 가든. 본인 제공


기사는 ‘메이드 인(Made in) 심언경’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메이드 인(Made 人)’입니다. K팝, K드라마…낱개의 카테고리가 무용할 만큼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진 지금, 그 현상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K콘텐츠를 무대 위로 올려놓는 제작자들을 만납니다. <편집자 주>

인디밴드 드러머에서 트랙메이커, 트랙메이커에서 작곡가로, 한때 가든(GARDEN·32)은 이러한 자신의 발자취처럼 ‘카멜레온’ 같은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무기는 커스터마이징이다. 고객의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수용하는 것은 물론, 적절한 지점에서 승부수를 띄울 줄 안다.

“Oh 가득 차 올라, 올라, 올라 / 널 위한 solar / 쏘아 빛 solar / 타 타올라, 더 타올라 / Solar, solar / 올라 올라 bam, bam, bam / 나 너 날아올라 끝없이 타올라 / Solar, solar / 쏘아 빛 solar”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2플래닛’ 시그널송 ‘올라’도 가든 표 맞춤 제작 서비스를 통해 탄생했다. 지난 10일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가든은 “요청 사항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지난 시즌과 차별화된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면서도 “‘이건 진짜 아닌데’ 할 정도로 가사가 도전적이었다”고 돌아봤다.

MBC ‘판타지 보이즈’, Mnet ‘퀸덤 퍼즐’에서 이미 경연곡을 만든 경험이 있었지만, ‘올라’는 확실히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보이즈2플래닛’ 세계관에 잘 맞아떨어지는 전개부터 플래닛C을 위한 중국어 버전까지 신경 쓸 구석이 많았다. 프로그램에 한껏 몰입하다 떠올린 올라(Hola)와 솔라(Solar)를 활용한 가든은 “음악의 신이 내려주셨다”고 겸손한 자평을 내놨다.

“그분이 오셨다”고 표현할 만큼 영감을 받아 써 내려간 곡은 역대 최단기간 컨펌을 자랑한다. 다만 녹음에는 이틀을 썼다. 참여 작곡가 중 가장 많은 참가자를 마주하고 이들의 미완성된 모습을 지켜본 가든은 그중 돋보였던 몇몇을 회상하며, 알파드라이브원으로 데뷔한 이상원, 이리오, 허씬롱을 언급했다. 

“인원이 워낙 많아서 30분씩만 받아도 엄청 오래 걸려요. 그런데 어떤 친구들한테는 한 소절 한 소절이 너무 간절해요. 끊고 싶어도 ‘선생님, 한 번만 더’라고 하면 단칼에 끝났다고 못 하겠더라고요. 이상원과 이리오, 두 친구는 데뷔할 것 같았어요. 끼와 재능이 보였거든요. 허씬롱은 이미 친분이 있어서 응원했었는데, 능력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편하게 갔었죠.”

작곡가 가든. 본인 제공


가든과 허씬롱의 연결고리는 JYP엔터테인먼트다. 가든은 갓세븐이 2016년 발표한 곡 ‘어텐션’(Attention)으로 입봉하면서 JYP퍼블리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을 비롯해, 티오피미디어, 브랜뉴뮤직, 젤리피쉬 등 다양한 가요 기획사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작곡 역량을 입증해 왔다. 하드코어 밴드로 활동했던 이의 행보라기엔 독특한 편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 일찌감치 대중가요의 힘을 실감했었단다.

“밴드로 활동할 때 세트리스트에 꼭 아이돌 곡이 들어갔었어요. 처음에는 고집이 있었는데 무대를 해보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돼요. 내 이야기만 하다 보면 관객들이 가버리는 느낌인데, 당시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 같은 노래가 나오면 얼굴이 다르거든요. 이후 여러 이유로 밴드를 그만두면서 곡을 써보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아이돌 음악에 접근하게 됐죠.”

그렇게 작곡에 발을 들인 지도 어느덧 10년째. 커스터마이징은 기본, 스페셜라이징도 거뜬한 연차다. 인피니트 15주년 데뷔 앨범 타이틀곡 ‘댄저러스’(Dangerous)가 스페셜라이징의 예가 되겠다. “성규 님이나 우현 님은 본인이 편한 창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부르는 게 편하냐고 여쭤봤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대로 끌어가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게 더 괜찮냐고 여쭤봐도 항상 저한테 뭐가 괜찮냐고 되물어주셨고요. 되게 기억에 남았던 녹음이었어요.”

넥스지 ‘킵 온 무빙’(Keep on Moving)을 대표곡으로 꼽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향후 본인의 색깔이 선명히 담긴 음악으로 리스너의 공감을 사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킵 온 무빙’은 팀에게 맞춘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풀었던 곡이에요. 리드(요청 사항)도 타깃도 없었어요. 팀이 주로 하고 있는 장르나 음악 스타일에 맞추게 되는데 이 곡은 그냥 썼어요. 옛날에는 곡을 잘 쓰려면 엉덩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곡은 저를 표현하는 거라고 느끼게 됐어요. 곡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저를 바꿔야 하고요. 책도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자신도 음악도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