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방미 사우디 빈 살만 “美에 1조달러 투자”…트럼프 “F-35 공급”

7년만에 방미 사우디 빈 살만 “美에 1조달러 투자”…트럼프 “F-35 공급”

기사승인 2025-11-19 07:49: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년 만에 미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미국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개최하고 경제 및 방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로 의심되는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다”며 두둔했다.

1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환영식에선 의장대가 도열하고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미군 전투기가 백악관 상공에서 환영비행을 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120명을 초청한 공식 만찬도 주재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사실상 외교적 고립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미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를 ‘최상급’ 국빈 방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예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 중 카슈끄지 암살 사건 질문을 받자 “극도로 논란이 많았던 인물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런 일도 있는 법”이라며 “그(빈살만)는 그 일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 정도로 넘어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질문으로 손님을 난처하게 해선 안 된다”며 정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가 인권 측면에서 이룬 성과는 놀라울 정도”라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목적도 없이 혹은 합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듣는 건 정말 고통스럽다”며 “사우디에서도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는 말했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으로,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정부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 2월 빈살만 왕세자가 살인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평가를 발표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사건 이후 미국 의회에선 양국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초당적 반발이 일었고, 지난 7년간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우리는 오랫동안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며 “모든 이슈에서 항상 같은 편에 서 있었고, 이란의 핵 능력을 없애는 데에도 우리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회담에서 “사우디가 미국에 1조 달러(약 146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F-35 전투기를 구매할 것”이라며 “록히드 마틴에서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량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이 도입 중인 F-35 모델과 유사한 최상급 버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