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말 취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내달 ‘취임 만 3년’을 맞는 가운데, 회장 취임 이전부터 비전으로 제시해 왔던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이 글로벌 에너지·자원 안보 강화 기조를 바탕으로 가속하는 모습이다.
최윤범 회장은 고(故)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인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7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페루 광산회사 ‘ICM 파차파치’ 총괄 사장을 지냈으며, 호주 아연제련소 자회사 ‘썬메탈(SMC)’ 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를 비롯해 해외 법인을 돌며 현장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썬메탈 사장 재임 당시 제련소 공정 개선 등을 통해 2014년 흑자전환한 후 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7000만달러)을 기록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2019년 고려아연 사장직에 오른 뒤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이차전지 필수 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2020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2022년 말 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장 취임 이전인 2022년 초, 창립 50주년(2024년)을 앞두고 신년사를 통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불리는 3대 신사업을 발표했다.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시점,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이끌어갈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미래 동력으로, 반세기 동안 역량을 쌓아온 제련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하는 사업 분야다.
다만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회장 취임 이전부터 꾸준히 준비돼 온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2012년과 2017년 각각 온산제련소에 전자스크랩 1·2공장을 가동하면서 자원순환 사업의 첫발을 뗐다. 2017년 양극재 소재 황산니켈을 제조하는 계열사 켐코를 설립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했으며, 2020년에는 음극재 소재 전지박(동박) 제조 사업도 시작했다.
해외에선 호주 SMC 제련소에 2018년 현지 최대 규모인 125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SMC 연간 사용 전력량의 25%에 해당하는 에너지 공급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호주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설립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외연을 확장했다.
해외 자원순환 사업은 미국 중간 지주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거점으로, 2022년 미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2024년에는 스크랩 메탈 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을 각각 5800억원, 730억원에 인수하며 전자폐기물 기반 자원순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전략광물의 경우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를 비롯해 게르마늄, 갈륨 등 첨단산업 필수 소재의 생산 라인업을 늘려 미중 자원 전쟁 속 핵심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각 신사업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159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4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3조2066억원) 대비로는 29.7%(9531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1500억원 대비 82.3%(1234억원) 늘어난 2734억원을 달성하며 ‘103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선제적인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대를 기반으로 전략광물과 귀금속 분야가 호조를 보였고, 자원순환 등 신사업 부문도 안정 궤도에 오르고 있다”면서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 허브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