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재단, 국회서 개성공단 재개·남북 의료협력 해법 모색

그린닥터스재단, 국회서 개성공단 재개·남북 의료협력 해법 모색

"개성공단 재가동" 한목소리

기사승인 2025-11-20 21:44:56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그린닥터스 재단 제공.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의료계,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에 모여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 의료협력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와 개성병원추진위원회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남중 통일부 차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정근 이사장 등 그린닥터스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온병원그룹 등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멈춰선 남북 경제·의료 교류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열렸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온병원그룹 원장)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운영했던 개성 남북협력병원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마지막 통로"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 근로자와 북한 주민 35만 명을 무료 진료하며 형성된 협력의 토대가 다시 현실화될 수 있다"며 "향후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남북이 함께 짓는 현대식 개성종합병원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모두 충격으로 받아들인 개성공단 폐쇄로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면서도 "의료를 통해 남북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번 세미나에서 남북관계 활로를 열어주길 바라고 국회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개성공단은 남북간 평화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북사업이었다"며 "비록 남북관계가 여의치 않지만 보건의료를 내세워 남북이 평화공존을 모색하기를 응원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이사장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의료협력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력 높은 협력 경로"라며 "특히 의료 분야는 국제 제재 환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인도적 분야로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는 윤경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발제는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평화공존전략센터장이 맡았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 협상 재개에 긍정 신호를 보내는 현 시점을 두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유엔 안보리 제재 속에서도 보건·의료 협력은 상대적으로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외교·보건·언론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언급하며 남북 간 감염병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한평 전 부산MBC 국장은 개성공단 내 개성 남북협력병원 운영 경험을 토대로 의료협력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그는 남북 의료진이 공동으로 수술실·방사선실·진단실을 운영하며 실질적 협진을 펼친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 의료 실태 분석과 지역 맞춤형 지원, 북한 내 거점병원 설립 등을 제안했다.

신유리 국민대 법과대학 북한법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올해를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내세우며 보건의료를 체제 생존전략의 축으로 격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협력은 더 이상 백신·영양제 수준의 인도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첨단 의료기기와 정밀진단 설비 등 고사양 인프라에 가깝다"며 "
그러나 이는 유엔 제재 품목과 겹쳐 기존 인도적 지원 프레임만으로는 협력 설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북 제재 환경과 국제정세, 남북 의료체계 격차라는 현실적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했다. 감염병 공동 대응, 의료인력 교류, 국제기구와의 삼각협력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개성공단과 개성병원을 과거의 기억이 아닌 미래형 협력 플랫폼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세미나의 주최 기관인 재단법인 그린닥터스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와 의료협력을 결합한 실질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남북 의료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그린닥터스는 2004년 보건복지부에 등록해, 국제 재난·응급의료와 인도적 의료지원 분야에서 활동해온 의료 봉사단체다. 의료 사각지대와 국내외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진료와 구조 활동을 펼쳐왔으며 개성 남북협력병원 운영을 통해 남북 공동의료의 상징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손연우 기자
syw@kukinews.com
손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