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경파 또 단독행보…李대통령 순방마다 반복되는 불협화음

민주당 강경파 또 단독행보…李대통령 순방마다 반복되는 불협화음

지도부 “대통령 외교 성과 가린다”…속도 조절 주문
사법개혁·내란재판 등 현안 격화하며 갈등 재발 가능성 여전

기사승인 2025-11-21 19:21:22 업데이트 2025-11-22 11:29:17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UAE·이집트·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민주당 내부 잡음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순방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는 일부 강경파의 과속 조짐에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가려질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요청했지만, 사법개혁 등 당내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강경 기류가 여전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구속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고 있다. 당원들의 요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대통령께서 국익을 위해 해외 순방 중이다. 이 노력이 빛이 바래지 않도록 당·정·대 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최근 강경파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가 대통령의 경제·외교 성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 내란대응특검 특별위원회는 멈춰 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며 거듭 촉구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고려하지만, 국민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요구하고 있다”며 “위헌 소지를 해소하는 방향이라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 순방 때마다 강경파발(發)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묻히지 않도록 지도부 차원에서 ‘자제령’까지 내렸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G20 참석 차 출국한 17일 “대통령께서 (순방을) 나갈 때마다 당에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성과가 묻혔다. 앞으로 이런 경우는 없게 하겠다”고 공개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9일에는 범여권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전날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이달 2일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던 당시에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이달 내 처리를 예고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재판중지법은 필요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이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한 날에도 민주당 일각에선 대통령 형사재판을 임기 중 중지하는 법안 재추진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9월 유엔총회 때에도 이 대통령이 한국 정상 최초로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는 시점에 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사위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기습 의결해 시선이 분산된 바 있다.

다만 최근 지도부가 제동 기조를 강화하면서 일부 속도 조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와 관련해 “대통령 순방 종료 이후 반드시 법을 통과시키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법사위 법안소위에서도 ‘법 왜곡죄’ 등 강경 법안 처리 시점이 미뤄졌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이 본격 진행 중이고, 민주당이 ‘조희대 사법부’를 비판하며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만큼 향후 강경파의 단독 행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고발’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원내대표와 더 잘 소통하고 앞으로 상의를 더 많이 하겠다”면서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이 사안에 대해 계속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 법사위에서도 당연히 그동안 하겠다던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