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용 거제시장 "조선업 호황, 지역경기로 이어지지 못해"

변광용 거제시장 "조선업 호황, 지역경기로 이어지지 못해"

"내국인 채용 확대, 지역 청년 정규직 채용을"
"기업 사회공헌, 일회성·시혜적 성격에 그쳐"

기사승인 2025-11-24 11:58:00
변광용 시장이 지난 9월 조선업 내국인 채용 확대 및 지역 인재 육성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거제시

변광용 거제시장이 21일 방송된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역상생발전기금에 대한 입장과 구상을 밝혔다. 

변 시장은 조선업 호황과 지역경제 침체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지역발전과 조선업 성장의 해법을 기업과의 상생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변 시장은 먼저, 조선업 호황이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과거에는 조선업이 호황이면 지역경제와 도시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였다”며, “아파트 값이 오르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띠는 선순환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양상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젊은 인력들이 지역을 떠나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조선업 호황이 지역 경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중심 고용은 단기적으로 물량 처리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정착·주거·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지역경제 회복과 직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 조선업 숙련인재 양성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 시장은 이미 지난 9월 양대 조선소를 상대로 내국인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내국인 채용 확대와 함께 거제대학교, 거제공고 등 지역 출신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기업에 일방적 부담 아닌, 함께 만드는 ‘지역상생발전기금

거제시가 구상하고 있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은 거제시·삼성중공업·한화오션 세 주체가 공동으로 재원을 출연하는 방식이다. 변 시장은 “애초 제안은 거제시와 양대 조선소가 매년 각 100억 원씩, 5년간 출연해 총 15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라며, “조성규모와 기간은 어디까지나 논의를 위한 초안 수준이며, 실무협의체에서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금이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변 시장은 “이 기금은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거제시도 재정을 투입해 기업과 함께 재원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조선산업과 지역사회에 되돌려주는 상생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사회공헌 활동과의 차별성도 분명히 했다. 변 시장은 “현재의 사회공헌은 행사 후원, 상품권 구매 등 일회성·시혜적 성격이 강하다”며 “이제는 산업 성장과 지역 성장이 함께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조적 틀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기금, 조선도시 미래 만들어갈 재원

변 시장은 지역상생발전기금이 조성될 경우 구체적인 활용 방향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금은 △노동자 처우 개선 △내국인·지역 청년 채용 인센티브 △주거·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 △조선산업 혁신 및 기술개발 지원 등 조선도시 거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풀어가는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기금의 투명한 운영과 공정성 확보 방안도 언급했다. 변 시장은 “상생기금이 조성된다면 시에서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민·정, 시민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 운영기구를 두고, 외부감사 제도를 도입해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세제 지원·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혜택 돌아가도록

기금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노동현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변 시장은 “상생기금 출연이 노동자들의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그런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 차원에서 기업과 자율적으로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공모사업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거제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 모델 만들 것

변 시장은 대기업과 지역의 상생이 국가적 과제라며, 지역상생발전기금이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 두 곳이 자리 잡은 거제가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모순”이라며, “거제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 구조를 다시 만들기 위해 기업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문을 두드리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 낼 때까지 끈질기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변광용 거제시장, 옥포동 소상공인 목소리 들어

변광용 시장은 20일 옥포동의 한 골목 식당을 찾아 상인과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골목스케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민생경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변 시장은 이날 옥포에서 18년째 다슬기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함께하며, 지역 경기 침체 속에서 골목상권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식당 주인 최모 씨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매출 감소와 지역 소비 위축으로 인한 고충에 대해 밝혔다. 특히 조선업 경기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최근 몇 년간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증가하면서 지역 내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평과 옥포는 조선소가 바로 인접해 있어 예전에는 가장 활력 있는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거제에서 가장 어려운 동네가 됐다”면서, 청년 인구 유출, 고령층 인구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권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변 시장은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지역 경제의 실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서 “지역 상권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며, “조선업 호황이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청년인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내국인 정규직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거제시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지역 인재 채용 확대, 내국인 채용 인센티브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지역상생발전기금의 핵심”이라며, “기업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문을 두드리면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 시장은 “여러 기관·단체들의 의견도 좋지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한 정책수립의 기반이 된다. 앞으로도 현장을 직접 찾아 민생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전했다. 

거제시는 이번 ‘골목스케치’를 시작으로 지역 상권 곳곳을 방문해 상인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자세히 파악하고,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정윤 기자
sin25@kukinews.com
신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