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AI 버블”…반도체株 ‘널뛰기 조정’ 언제까지

“피할 수 없는 AI 버블”…반도체株 ‘널뛰기 조정’ 언제까지

기사승인 2025-11-25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반도체 대형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외국인이 12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순매도하면서 국내 증시 탈출 흐름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 직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한 3846.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4일 기록한 장중 역대 최고치인 4226.75 대비로는 9% 급락했다.

사상 최고가 경신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방향을 급선회한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에 기인한다. 외국인은 11월초부터 지난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ETF·ETN·ELW 제외)에서 12조2990억달러를 순매도했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기록된 외국인의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인 12조55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달 남은 거래일 동안 순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했다. 외국인은 이날 들어 지난 21일까지 삼성전자를 2조1148억원 순매수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7조8371억원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이달 장중 11만2400원, 64만600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집중 매도세에 전날 마감 기준 삼성전자는 9만6700원, SK하이닉스의 경우 52만원으로 각각 고점 대비 13.96%, 19.50% 급락했다. 

이같은 흐름은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거품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증폭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컨센서스인 549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주가는 호재에도 오히려 되돌림 양상을 보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20일 전 거래일 대비 3.15% 떨어진 상태로 마감했다. 장중 고점 대비 낙폭은 8%에 달했다.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반도체 종목도 일제히 급락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AI 관련 업종을 향해 “고평가된 자산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발언한 점이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고평가 우려와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단기적으로 연말 회계장부 마감(북클로징) 과정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유입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높은 상황 속에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순매도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3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기준 3조2000억원 가량 순매도했고, 이 중 2조1000억원이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도 당국 구두개입 이후 재차 급상승하는 흐름이 나오면서 1470원대까지 올라왔다”며 “원화 약세 국면에서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 마저 꺾인다면 외국인 순매도는 공식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제고 전망이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 것이란 진단도 함께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두려움이 커질 수 있는 국면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단기 및 중장기 실적 모두 우상향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AI 서버발 일반 D램 수요 확대 스토리는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데이터센터향 AI 관련 고전력 솔루션도 시장에서 언급되는 점에서 의외의 긍정적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0.18% 급증한 14조29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74.28% 뛴 14조868억원의 영업이익을 선보일 전망이다.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적 시현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실적 제고 훈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HBM과 범용 D랩의 동시 수혜로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8% 증가한 82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시장 점유율이 60~65%를 차지해 독점정 공급 지위 유지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2026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늘어난 81조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