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개발 경쟁 치열한데…속도 못 따라가는 병용요법 급여 논의

ADC 개발 경쟁 치열한데…속도 못 따라가는 병용요법 급여 논의

기사승인 2025-11-25 06:00:12
쿠키뉴스 자료사진

항체약물접합체(ADC)가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핵심 무기로 떠오르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ADC 단독요법뿐 아니라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이 탁월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며 치료 옵션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치료적 가능성과 별개로 까다로운 허가 기준과 급여 적용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혁신적인 치료법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도록 약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기술로 주목받는 ADC가 국내 임상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ADC는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페이로드(독성약물)가 연결체인 링커(접합체)를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항암제다. 특정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정확하고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으로 ‘유도탄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ADC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가 출시 5년 만에 수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내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에서 8년 만에 10배로 성장해 2023년 약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됐다. 오는 2028년까지 280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전망이 밝다.

ADC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항암제로 자리매김하며 표준치료요법으로 부상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ADC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역시 올해 삼중음성유방암(TNBC)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를 적용받았다.

국내 허가를 준비 중인 ADC까지 합한다면 치료 선택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와 애브비의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제 ‘엘라히어’(미르베투시맙 소라브탄신) 등 ADC 신약들이 국내 허가를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AD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독자 개발한 c-Met(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타깃의 단일클론항체에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CKD-703’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및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2a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 자회사 앱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DA-3501’(AT-21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70’과 ‘CT-P71’을 비롯한 다수의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콘쥬올’을 기반으로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기술수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현재 20개 이상의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HER2 표적 ‘LCB14’는 임상에서 75%의 객관적반응률(ORR)을 확인하며 오는 2026년 중국에서 첫 상업화가 유력하다. 얀센과 공동 개발 중인 ‘LCB84’도 글로벌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리가켐바이오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총 14건으로, 누적 공개 금액만 9조3000억원에 달한다.


‘파드셉+키트루다’…신약+신약 병용요법 급여 첫 사례되나

ADC 신약이 주목받으며 기존 항암 신약들과의 병용요법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요로상피세포암 분야에서 표준옵션으로 부상 중인 아스텔라스의 ADC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과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로부터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했다. 요로상피암은 30년 만에 파드셉이라는 신약이 등장했지만, 국내 허가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 제약이 꾸준히 지적돼 온 질환이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임상적 성과를 입증했다. 글로벌 3상 ‘EV-302’에 따르면, 파드셉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3% 낮췄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31.5개월로 대조군(16.1개월)의 약 2배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2.5개월로 화학요법군(6.3개월)을 크게 앞섰다. 완전관해율(CR)도 29.1%로 화학요법군(12.5%)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EV-302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드셉 병용요법을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의 유일한 선호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임상 성과에 비해 급여 논의는 더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A8 주요국 중 6개국이 파드셉 병용요법의 급여 결정을 완료한 것과 배치된다. 특히 영국의 경우 지난해 10월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 허가 이후 10개월 만에 급여가 이뤄졌다.

정부는 항암제 병용요법 확대 흐름에 따라 지난 6월부터 54개 항암제 병용요법 중 35건에 대해 부분급여를 적용했지만, 관련 고시에 ‘기존 항암제+신약’ 병용요법만 포함돼 있을 뿐 ‘신약+신약’ 병용요법에 대해선 공백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도입된 항암제 병용요법은 총 71건으로 이 중 ‘신약 간 병용요법’은 21건(30%)이었다. 특히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처럼 제약사가 다른 신약 간 병용요법 중 건강보험 급여가 등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암질심 문턱을 넘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악가 협상을 앞둔 것을 계기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비용효과성, 환자 치료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약+신약 병용요법 급여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신약의 병용요법이 급여 문턱을 넘는다면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동안 신약+신약 병용요법은 건강보험 급여화에 있어 높은 비용 문제로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이제는 임상적 유효성과 치료의 시급성을 중심으로 보다 유연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급여 여부 결정을 위한 절차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중증 소외암 환자들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질의한 데 대해 서면답변을 통해 “약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강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