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 카드를 연이어 꺼내 들며 사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계엄·탄핵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법 불신을 개혁 명분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 효과까지 노리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길을 스스로 져버렸다. 자초한 사법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내란전담재판부를 포함해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재판소원제 도입 등 사법개혁 입법을 연내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서영교 의원 등 여권 법사위원들은 이날 ‘재판소원제’ 도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고 대법원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추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포고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는 비상계엄 합법을 전제로 비상회의를 소집했다”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장에 굉장히 소홀하거나 둔감하다”고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행정 및 재판 구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법원의 기존 사건 배당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신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법관 인사와 사법행정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당내 ‘사법행정 정상화 TF’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법원장이 행사해 온 인사·행정·예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사법개혁 드라이브의 명분으로 ‘사법 불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TF’ 단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은 “이제는 대법원장을 위한, 대법원장에 의한, 대법원장의 사법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바로 세워야 한다”며 “개혁안이 이러한 사법 불신을 극복하고 사법행정을 정상화하는 주춧돌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히며 조희대 사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동시에 강성 지지층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가 다시 부상한 배경에는, 일명 ‘지귀연 재판부’가 맡은 내란 재판 지연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전에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점 역시 강성 지지층의 법원 불신을 자극해 온 만큼, 이번 개혁 공세가 누적된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에 “사법부 압박 효과는 물론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사법개혁은 이미 예전부터 민주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온 사안이다.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지지층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법개혁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다른 개혁 과제들의 동력으로도 작용해, 결국 사회 개혁 전반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