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렇게 빨리 따라올 줄은”…中 CXMT 추격에 삼성·SK ‘고부가 전략’ 더 속도낸다

“중국이 이렇게 빨리 따라올 줄은”…中 CXMT 추격에 삼성·SK ‘고부가 전략’ 더 속도낸다

기사승인 2025-11-26 18:33:05 업데이트 2025-11-26 18:59:36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개발한 저전력 D램인 'LPDDR5'. CXMT 홈페이지 캡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최신 DDR5·LPDDR5X 제품을 공개하며 글로벌 D램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심의 ‘3강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IC 차이나 2025’ 행사에서 DDR5와 LPDDR5X 등 차세대 D램 실물 제품 7종을 공개했다. 

DDR5는 주로 PC와 서버에, LPDDR5X는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최신 규격의 메모리다. 
 
신형 DDR5는 최대 속도 초당 8000메가비트(8Gbps)로, 기존 6400Mbps 대비 25% 이상 빨라졌다. 같은 규격의 삼성전자의 DDR5가 최대 속도 7200Mbps인 점을 감안하면 CXMT가 수치상 앞서는 수준이다. 

모바일용 LPDDR5X도 최대 1만667Mbps로 글로벌 주요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과 수율 등 양산 공정 완성도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장 주력 제품 기준으로는 상당히 따라온 모습”이라고 말했다.

수율도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는 최근 DDR5 제품 수율 80%를 달성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80~90%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초기 수율이 4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아직은 ‘반쪽짜리’ 성공?… 발열·공정 한계 뚜렷

다만 기술 한계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5·7나노 공정, SK하이닉스는 10나노 공정으로 DDR5를 생산하는 반면, CXMT는 여전히 28나노 이상의 구형 공정에 머물러 있다. 미세 공정 기술이 떨어지다 보니 전력 효율이 낮고 칩 크기도 클 수밖에 없다.

안정성도 문제로 꼽힌다. 대만 테스트 기관 실험 결과, CXMT의 DDR5는 60℃ 이상의 고온에서 불안정한 성능을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는 -40℃부터 85℃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격차에도 불구하고 CXMT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6%에서 3분기 8%로 올랐다. 2016년 설립된 회사가 불과 9년 만에 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오른 셈이다.

CXMT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업계에 따르면 CXMT는 한국, 일본, 미국 메모리 기업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구형 제품인 DDR4는 기존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하며 가격 하락을 주도해 왔다. 실제로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30% 이상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뒷받침하고 있다. CXMT는 현재 월 16만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월 35~40만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3위 업체인 마이크론 수준에 근접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스마트폰 등 완제품 생산 시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면 메모리 금액의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범용은 주고 프리미엄 지킨다”…시장 이중구조 뚜렷해진다

 
업계에서는 기술 난도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미세 공정, 실리콘관통 전극(3D TSV) 패키징 등에서는 한국 기업의 우위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반면 가격과 공급량이 핵심인 범용 D램·일부 모바일용 메모리 시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XMT의 DDR5는 아직 시제품 단계라 실제 성능과 수율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국내 기업이 중국으로 공급하는 범용 D램 비중이 있는 만큼 시장 점유 변화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대량 공급 전략에 맞서 한국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범용 D램 비중을 줄이고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방향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부터 화성 13·15라인 등 구형 DDR4 라인의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차세대 1c(6세대) 공정 기반 D램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평택 P1·화성 H1의 낸드 라인도 축소하고, 평택 P4를 1c 공정 D램 전용 라인으로 구축해 월 8만 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고부가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서버용 D램 시장에서 HBM을 제외하고도 점유율 50%를 기록했으며, 세계 최초 DDR5 양산에 이어 인텔·AMD 차세대 서버 플랫폼에 DDR5 메모리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천 캠퍼스의 1c D램 생산능력은 월 2만 개에서 15만 개로 확대하고, 곧 준공되는 청주 M15X에서는 엔비디아용 10나노급 5세대 HBM을 본격 양산한다.

양사는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에서도 기술 격차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내년 CES 2026에서 LPDDR6를 공개할 예정이다. LPDDR5X 대비 전력 소비 21% 감소, 속도 11% 향상(10.7Gbps) 등을 내세울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LPDDR6 이후 2031년까지 LPDDR7 출시 로드맵을 제시하며 모바일·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