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오르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출도 반등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기조와 가계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소비심리 반등이 이번 연말 유통업체들의 실질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가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4로, 10월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9월과 10월 각각 1.3포인트, 0.3포인트로 연이어 하락하다 석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해 지난 2017년 11월(113.9)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을 의미한다. 11월에는 CCSI 6개 지수 중 향후경기전망(102·8포인트) 상승 폭이 가장 컸고, 현재경기판단(96·5포인트), 가계수입전망(104·2포인트), 생활형편전망(101·1포인트) 등도 함께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계엄사태 등 불안한 국내 정세로 크게 위축됐던 소비자심리지수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상회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유통업계 분위기 역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9.3%)와 백화점(12.2%)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편의점도 0.7% 성장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개천절·추석·한글날로 이어진 긴 연휴 효과와 늦은 추석 수요가 반영된 데다,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등 대형 쇼핑 행사 영향이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미뤄졌던 소비가 재개되고 있으며 특히 패션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대선 등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분위기였지만, 3분기까지 회복이 더디다가 최근 들어 반등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경우 점포 수 감소에도 객수가 전년대비 3% 성장했고 객단가도 16.2% 반등하면서 전반적으로 내수 소비의 활기가 돌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대형마트는 추석 시점 차의 영향이 +10%포인트 내외로 추정돼 백화점과 달리 (매출 강세가) 대부분 추석 시점 차의 영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심리는 개선됐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 기조와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고정비 부담이 여전해 소비 여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비중 확대 등 소비 패턴 변화가 이어지고 있고 실물 지표 역시 아직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CCSI 항목 중 현재생활형편(96)과 소비지출전망(101)에는 변동이 없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 개선 기대가 유통업체 실적에 장기적인 회복 흐름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심리지수는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심리적인 요소가 반영된 지표다. 소비심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향후 유동성이 얼마나 열릴 수 있을지 등을 가늠하는 것으로 심리적 측면에서 예견되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 임금 상승이나 생산성 개선 등 실질 지표의 변동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재의 소비심리 반등이 실제 유통 채널 매출 확대로 곧바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유입을 위해 세일폭을 확대하거나 소비자들을 ‘앵커링’ 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소싱해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등의 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