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를 이달 중순쯤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계절적 성수기, 전기위원회 개편 등 상황에 따라 동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에 따른 산업계 부담, 전력당국의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인상 요인 또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달 20일쯤 내년 1분기(1~3월)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 등 전기요금을 책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연료비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의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킬로와트시(kWh)당 ±5원 범위에서 책정된다.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전력당국은 물가 등 국민 부담을 고려해 지난 2023년 5월 이후 2년6개월 동안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 대신 지난해 10월 평균 9.7% 인상을 비롯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일곱 차례 인상해 왔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80%가량 상승했다.
김성환, 동결 가능성 시사…계절적 요인·전기위 개편 등에 ‘안정’ 가능성
에너지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대거 이관됨에 따라 한전의 전기요금 결정에 따른 승인 권한 역시 기후부로 넘어온 상황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일단 동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까지 설비물량을 늘려가면서 발전단가를 낮춰갈 것”이라며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력시장의 주요 의사결정을 맡아온 전기위원회 개편 논의도 안정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현재도 전기위가 전기요금 심의 기능은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데, 분산에너지 등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 형태로 전력시장이 변화해가면서 전기요금 결정이 정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후속 논의다. 전기위 개편 논의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윤곽이 나타날 때까지 안정적으로 동결 기조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계절적 성수기 또한 동결 기조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은 통상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돼 전기요금에 따른 민생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업계 전기료 부담, 한전 부채 205조…인상 요인도 여전
다만 산업계와 전력당국의 재정·재무 부담,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따른 시차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설비물량을 늘리는 데에는 2~3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 등 변수도 존재한다”며 “그때까지 김 장관이 전기요금을 무조건 동결한다기보다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4년 새 산업용 전기요금이 80%가량 급등하면서 산업계의 불만 또한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의 전기요금 부담액은 올 상반기에만 22조2217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9.7%) 이후 20대 법인의 전기요금만 연간 1조2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석화지원법) 등이 국회 문턱을 통과했지만, 제조업에서 전기요금 인하 등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하는 배경이다.
동결 지속에 따른 한전의 재무 부담 역시 상당하다. 재정건전화 계획, 전력도매단가(SMP) 안정에 따라 한전은 올 3분기 영업이익 5조651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연결기준 총부채(6월 말 기준)가 205조원을 넘는 데다 이자비용으로 하루 120억원가량을 지출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중장기적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전기요금 정상화 여부”라며 “가정용 및 상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며, 내년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이달 말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