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가 지난달 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사흘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성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약 4배 뛰어올랐던 만큼 향후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씨어스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고령화와 AI 확산이라는 구조적 수혜를 받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점을 고려할 때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올 7월부터 전일까지 상승률 397.6%를 기록했다. 7월 초 2만5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12만원 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달 28일엔 종가기준 최고가인 13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영신 대표 지분가치 공모가 대비 7배 급증
씨어스테크놀로지는 기관이 꾸준히 매수에 나섰다. 기관은 올 7월 이후 씨어스테크놀로지를 약 27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도 약 108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지난 8월 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덕분이다. 이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더 크게 뛰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57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을 달성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영신 대표의 지분가치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 대표 지분율은 26.74%(338만6280주)다. 전일 주가 기준 이 대표의 지분가치는 약 4178억원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1만7000원) 기준 이 대표의 지분가치는 약 575억원으로 불과 1년 6개월여 만에 지분가치가 7배 이상 불어나며 주식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의료AI, 모비케어·씽크 주력 솔루션 성장 기대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009년 설립된 의료용 웨어러블·원격진료 솔루션 기업으로, 지난해 6월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주력 상품은 웨어러블 AI 심전도 솔루션 ‘모비케어’와 입원환자 모니터링 ‘씽크’다.
모비케어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생체신호 분석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심전도검사솔루션이다. 환자의 몸에 이 장치를 부착하고 있으면 심전도 검사가 가능하다. 이전 홀터형은 부착이 복잡하고 무거웠던 반면 모비케어는 착용 후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가볍다. 검사 기간이 기존 24시간에서 최대 9일까지 가능해 정확도를 높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360iResearch에 따르면 패치형 생체신호 감지 센서모듈(ECG) 시장은 오는 2027년 4조원(2.85B 달러)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씽크는 환자의 손목이나 손가락에 착용하는 기기 형태로 환자의 생체 신호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 실시간 의료진에 제공한다. 간호사와 가족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체크하지 않아도 돼 편리성이 높다. AI로 수집된 생체정보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해 의료진이 입원 환자의 이상 상황에 세밀하고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컨대 이전엔 코드블루 상황이 생기면 응급벨이 울리고 난 뒤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알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씽크를 이용하면 코드블루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측정하기 때문에 코드블루가 뜨기 전 의료진이 미리 상황을 알고 대응할 수 있다.
두 솔루션 모두 요양급여를 획득해 심전도 검사 및 환자모니터링서비스가 필요한 대학병원에서는 활용성이 매우 높다. 솔루션 개발 및 생산은 씨어스테크놀로지가 하고 유통은 동국제약이 맡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모비케어 매출액 비중은 13%(35억3300만원), 씽크는 86%(41억8000만원)이다. 지난해부터 씽크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모비케어 매출액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모비케어(45%), 씽크(52%)다.
증시 전문가 “의료AI 상장사로 국내 성장+해외 진출 모멘텀 기대”
증시 전문가들도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의료인 부족과 병원 운영 불안정성을 겪으면서 스마트병원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로 중증질환 만성화와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간호인력 부족문제 역시 해당 씨어스테크놀로지 전방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환자 모니터링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잠재력이 매우 크다”면서 “국내 전체 병상수는 약 70만개 수준으로 이 중 씽크의 장점이 발휘될 일반병상은 약 55만개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구독형과 구축형이 있는데 구축형은 5년 주기로 매출이 가능하다”며 “올 3분기까지 20여개 대형 병원에 도입돼 6000병상 이상 구축이 완료됐고 연말까지 2만병상 수주 및 1만2000병상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독형은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이 없으며 사용수익에 비례해 월 구독료를 낸다. 주기별로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교체한다. 구축형은 병동 단위로 시스템을 일괄 판매한다. 주기별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유상으로 교체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씽크는 내년 국내 3만 병상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액은 1124억원(해외 매출 별도), 영업 레버리지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481억원(영업이익률 42.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목표주가를 종전 4만원에서 1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 진출 모멘텀도 기대 요인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비케어의 미국과 중동시장 진입을 준비중”이라면서 “올 12월 중 FDA 승인을 받아 내년 초 미국과 중동에 출시할 예정이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간 급등한데 따라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의료용AI 기업의 성장성은 다들 기대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단기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은 부담스럽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 조건인 해외 진출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일부 경쟁사가 웨어러블 모니터링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유경 연구원은 “해외 진출 시 경쟁제품 대비 우수한 임상증거를 지속 제시하며 브랜드 인주도를 제고해 줄 수 있는 폭넓은 영업망을 보유한 파트너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