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권 수성구청장, ‘머무는 도시’ 넘어 ‘계속 살아갈 도시’로 [인터뷰]

김대권 수성구청장, ‘머무는 도시’ 넘어 ‘계속 살아갈 도시’로 [인터뷰]

4대 특구 품은 수성구, 교육·문화·산업 플랫폼으로 미래도시 완성
“도시 경쟁력은 크기가 아닌 ‘왜 이 도시여야 하는가’에 달려 있어”

기사승인 2025-12-04 18:31:35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이 민선 8기 3년간의 성과와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4대 특구(기회발전·교육국제화·교육발전·문화특구)를 동시에 품었다. 

지난 8년간 수성구를 이끌어 온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왜 수성구여야 하는가’란 질문에 부지런히 모범 답안지를 채워가고 있다. 

김대권 구청장은 ‘도시 유일성’을 수성구 행정의 핵심 가치로 삼고, 다른 도시와 단순 비교가 아닌 수성구만의 고유한 경쟁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도시 경쟁력은 이제 크기가 아니라 ‘왜 이 도시여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수성구를 “규모가 아니라 유일성으로 승부하는 도시, 지나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전환하는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전국 유일 4대 특구 동시 지정 자치구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수성구는 기회발전특구, 교육국제화특구, 교육발전특구, 문화특구를 모두 가진 전국 유일 도시다. 이 네 가지 특구를 따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문화-교육-경제(창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도시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왜 수성구여야 하는가’에 답하는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도시 전략의 출발점을 교육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 자산은 결국 사람이고, 그 사람을 만드는 힘이 교육이다. 수성구는 교육국제화특구와 교육발전특구를 동시에 보유한 자치구다.

이는 단기간에 얻은 결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교육 철학과 투자, 지역 학교·기관과의 협력 구조가 인정받은 결과다.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첫 번째 답으로 교육을 택한 이유다.

수성미래교육관은 수성구 교육 전략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2024년에 문을 연 수성미래교육관은 단순한 평생학습관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수성형 미래교육 허브’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과 협력해 세계시민교육과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성형 AI, VR, 로봇, 드론, 디지털 예술, IB, 소프트웨어(SW) 캠퍼스 등 첨단 교육 모델을 실제 교육 과정으로 구현하고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와 로보틱스컵 교류대회를 연 것도 수성구 학생들이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교육 생태계가 수성구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Our School, 너머마을학교 같은 돌봄·배움 모델, 지역 전문기관과 연계한 ‘도서관 밖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행정구역 전체를 하나의 교육 생태계로 설계하고 있다.

국내 최초 어린이 예술교육센터 ‘아테이너’는 과정 중심 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핵심 거점이 됐다. 여기에 고교학점제 기반의 ‘수(數) 아카데미’와 ‘뇌 아카데미’ 같은 특화 교육과정까지 더해지면서 수성구 전체가 ‘세계와 연결되는 미래교육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 중인 교육·힐링 인프라도 궁금하다.
2026년에는 ‘생각을 담는 길 힐링센터’, 2027년에는 ‘고산서당 전통문화교육관’과 ‘망월지 생태교육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통과 자연을 기반으로 마음·창의·사유 교육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 주민은 물론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보편적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해 교육을 통해 수성구의 정체성을 더 또렷하게 만들 생각이다.

교육에 이어 문화정책도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이제 문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산업’이다. 수성구는 올해부터 3년간 국비를 포함해 약 200억원 규모의 문화도시 사업을 확보했다.

목표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경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단순히 공연·축제를 늘리는 게 아니라 문화가 체류와 소비, 산업, 일자리를 동시에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체류형 문화생산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있다.
수성못 수상공연장, 연호지구 미술관 클러스터, 들안예술마을은 각각 따로 노는 시설이 아니다. 서로를 강화하는 체류형 문화생산 시스템이다.

들안예술마을의 창작소·스튜디오·청년공방은 주민·예술인·방문객 모두가 창작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공예·예술교육·로컬 굿즈·아트몰로 이어지는 문화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관, 디자인 특화도서관, 미디어아트 전시관까지 엮으면 ‘머무는 도시’의 기본 골격이 완성된다.

수성못 수상공연장 조감도. 수성구청 제공
수성못 수상공연장은 수성구 문화 전략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수성못 수상공연장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공원형 공연장이다. 단발성 대형 공연장이 아니라 사계절 일상적으로 머무는 문화공간을 목표로 했다.

2027년 수성못 축조 100주년에 대구의 뮤지컬·오페라 콘텐츠가 결합되면, 이 공연장은 세계 공연산업과 연결되는 대구·수성구의 대표 무대가 될 수 있다. 낮에는 수상 공연과 산책을 즐기고, 저녁에는 예술골목에서 창작을 체험하고, 다음 날에는 미술관·도서관·야구장·동물원·쇼핑까지 이어지는 도시 여정을 만드는 게 최종 그림이다.

결국 ‘머무는 도시’가 목표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도시는 결국 ‘기억의 밀도’로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기억을 쌓는 힘이고, 기억이 쌓여야 다시 찾는 도시가 된다.

수성못 수상공연장을 중심으로 들안예술마을, 간송미술관, 대구미술관, 연호지구 작은 미술관, 사립 미술관 10여 곳, 그리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대구대공원·수성알파시티 롯데몰을 하나의 거대한 체류 동선으로 엮고 있다. 수성구를 ‘경험이 쌓이고 기억이 축적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산업·경제 측면에서의 구체적인 변화도 짚어 달라.
미래 신산업의 중심에는 수성알파시티가 있다.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집적단지로, 240여 개 기업과 4500여명의 전문 인력이 모여 디지털·AI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제2수성알파시티를 조성하면, AI·빅데이터·블록체인 기반 ABB 산업벨리가 약 58만㎡ 규모로 구축된다.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디지털 R&D, 대학과의 협력 등을 통해 산업 구조 전체를 ‘미래형’으로 바꾸고 있다.

지역 상권과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연계하고 있나.
도시가 지속 가능하려면 새 산업만 키워서는 안 되고, 기존 골목경제도 같이 살아야 한다. 수성구는 창업센터·일자리센터를 확장해 창업기업과 신규 일자리를 꾸준히 늘리고, 1인 창조기업과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수백억 원, 연간 수억 원대 대출이자 지원,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영교육 등을 통해 실제로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여성 신규 일자리와 어르신 일자리도 매년 수천 개 규모로 공급하면서 세대 통합형 돌봄과 노인일자리를 연계해 지역 노동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상권 인프라 개선도 활발하다.
전통시장 13곳에 대한 시설 개선 지원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영주차장을 확충하고 있다.

신매시장 공영주차장은 이미 문을 열었고, 지산복합시장 공영주차장도 곧 완공될 예정이다. 전통시장이 단순 장보기를 넘어, 지역 문화와 관광, 로컬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생활 플랫폼이 되도록 중장기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생태·환경 프로젝트는 도시 전략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
망월지 생태축 복원, 진밭골 에코캠핑장, 금호강 생태전망대, 숲속광장·산책로 조성 같은 사업은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배우고 쉬고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문화와 연결된 인프라다.

수성구가 지향하는 것은 ‘친환경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 도시 모델이다. 앞서 말한 힐링센터·전통문화교육관·생태교육관도 이 철학 위에 세워진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수성구민의 날 및 캐릭터 선포식’에서 ‘뚜비’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성구청 제공
수성구 캐릭터 ‘뚜비’가 인기다. 단순 마스코트는 아닌 것 같다.
뚜비는 행정 홍보 캐릭터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IP(지식재산)로 키우고 있다. 뚜비숲, 뚜비 놀이터, 캐릭터숍, 로컬 굿즈 등에서 콘텐츠 생산-체험-판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스토리, 관광 코스, 상품 개발까지 결합해 새로운 문화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중이다. 수성국제비엔날레, 지역 축제 등과 뚜비를 연계해 수성구만의 브랜드 가치를 더 선명하게 드러낼 생각이다.

‘질적 전환’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어떤 방향성을 뜻하나.
외형 성장, 숫자 늘리기에만 매달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이제 도시는 유일성과 밀도로 평가받는다. 수성구는 교육·문화·산업·환경을 ‘사람’ 중심으로 다시 꿰어,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목적지가 되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의 힘을 눈으로 보이게 하고, 경험과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 그게 수성구가 말하는 질적 전환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도시 수성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교육으로 사람을 키우고, 문화로 머무르게 하고, 첨단 산업과 생태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도시, 그래서 ‘왜 이 도시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유일성의 도시가 바로 수성구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