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최근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된 것을 두고 시장에선 단순한 ‘인수전’으로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힐하우스는 구조상 다국적 자금으로 이뤄져 있지만 ‘중국계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창업자가 중국 출신이고, 초기에 중국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우리 사회가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을 높게 가진 가운데 이번 선정이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차이나 머니는 이미 국내 전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국내 주식 투자 잔액은 2022년 말 21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35조1000억원으로 66.35% 급증했다. 이는 이전 5년 평균 증가율(3.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직접투자(FDI) 증가율 역시 가파르다. 지난해 중국의 FDI는 전년 대비 94.4% 상승한 124억달러(약 18조1560억원)로, 5년 만에 최고치였다. 신고 기준으로는 미국, 일본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부동산 투자 중 중국계 비중은 47%로 압도적이다. 특히 아파트 쏠림이 뚜렷한데 중국계 비중은 전체 외국인 아파트 매입의 64%를 차지했다.
차이나 머니의 급증은 중국 내부 상황과 연관이 깊다. 중국 경제는 2021년 고점을 찍고 점차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제 활황기에 과잉 생산된 상품을 한국 등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테무나 알리 등 대형 유통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같은 선상에 있다. 자본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부동산, 주식, 금리 등 자본시장의 수익률이 꾸준히 낮아지자 시장에 넘쳐나는 돈이 아시아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 확장하는 모습니다.
물론 해외 자본의 유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성장세가 둔화된 환경에서 외부 자금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국내 기업이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해외 투자자와의 협업은 기업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와 자금을 동시에 제공한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해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 기업 가치와 자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고, 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돼 투자 생태계 전반에 활력이 붙는다.
다만 국내로 들어온 해외 자본이 모두 긍정적 바탕이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휘감는다. 중국 자본은 순수한 시장 논리만으로 움직인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가 전략과 기업 활동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정치구조 특성으로 인해 자본의 움직임이 외교·안보 변수와 맞물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사태 당시 문화·관광·유통 전반에 걸쳐 보복 조치가 이어진 게 대표적 사례다. 특정 갈등이 촉발될 경우 국내 투자 자산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계 자금 상당수가 홍콩,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등을 경유한 다층 구조를 갖는 만큼 최종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민간 투자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유기업 계열 자금이 섞여 있는 사례도 있다. 투자 목적이 상업적 판단인지, 정책적 판단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불어 국민연금 운영정보 등 국내 핵심 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시질 않고 있다.
문제는 중국 등 불안한 해외 자본에 대응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CFIUS)를 두고 중국계 투자 대부분을 별도 심사한다. CFIUS는 외국인이 미국 사업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되는 합병, 인수, 인계 거래를 검토하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해당 거래의 중단 또는 금지를 권고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중국 국영기업의 항만 지분 투자에 대해 두 차례나 승인을 제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가 최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사 인수는 통상적인 대주주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가능하다.
한국 경제가 개방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만큼 특정 국가 자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최소한 자금 출처, 실소유주, 투자 목적, 인수 이후 자본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할 체계가 필요하다. 국내 핵심 인프라·금융사·데이터 관련 자산을 인수할 경우 별도 심사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자본이 시장 안정과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따져보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국 자본의 확장 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한국은 더 촘촘한 관리 틀을 갖춰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