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하우스, 구세주 아닌 ‘독배’였나…이지스운용 매각 좌초 위기

힐하우스, 구세주 아닌 ‘독배’였나…이지스운용 매각 좌초 위기

기사승인 2025-12-14 06:00:05

이지스자산운용 전경.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잇단 잡음으로 난항을 겪으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흥국생명이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전에 나선 데다,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까지 자금 회수를 검토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법적 쟁점이 정리된 이후에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새 대주주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올리는 변경승인 신청을 아직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 변경 시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의 가처분 신청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심사를 개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본입찰은 지난달 11일 진행됐다. 한화생명, 흥국생명,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가 본입찰에 참여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공동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지난 8일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힐하우스는 당초 약 9000억원대 중반의 입찰가를 제시했으나, 이후 ‘프로그레시브 딜(가격 경쟁 입찰)’ 절차에서 약 1500억원을 추가로 올려 약 1조1000억원을 최종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약 1조500억원,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하며 본입찰가를 유지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가격을 높이는 방식이다.

흥국생명은 “주간사가 본입찰 전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를 신뢰하고 최고가를 제시했는데, 갑자기 바뀌었다”며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입찰가가 힐하우스 측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이에 힐하우스 측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거래 전 과정에서 투명성과 준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흥국생명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 및 주주대표, 공동 매각주간사 모건스탠리 관계자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민감한 투자 정보 유출 문제를 이지스운용 측에 제기하면서 매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연금은 이지스운용이 위탁 펀드 관련 보고서를 사전 승인 없이 한화생명·흥국생명·힐하우스 측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고서는 설정액, 평가액, 자산 현황 등 주요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실사 과정에서 회계법인을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등 국민연금이 참여한 6개 핵심 펀드의 경우 사전 동의 없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약정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약 7조~8조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할 경우, 이지스운용의 운용자산(AUM) 축소로 기업 가치 재산정이 불가피해져 거래가 재협상에 들어가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의 이탈은 다른 공공기관의 연쇄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지스운용 대표는 지난 9일 국민연금을 직접 찾아가 관련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지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는 것부터 이번 건은 여러 가지로 의아한 구석들이 있다”며 “큰 규모의 딜이고 이지스자산운용은 토종자본의 국내 1위 부동산 투자회사라는 의미도 있는 곳이라 매각주간사 입장에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 부분도 고심 했나 싶다”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은 전 국토교통부 차관 고(故) 김대영 창업주가 2010년 설립한 부동산 전문 투자사다. 누적 운용자산은 65조8000억원으로 2위인 마스턴투자운용(36조6000억원)과 격차가 큰 국내 1위 운용사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