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했던 검사장들을 잇따라 한직으로 전보하면서,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검찰 고위간부가 비(非)검사장 보직으로 이동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대검검사급(검사장)에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으로 사실상 강등 조치한 인사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검사장은 이날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집행정지는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해 달라는 취지다. 정 검사장은 이번 인사가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기준을 규정한 대통령령과 검찰청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검사장은 이날 오후 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년 동안 수많은 인사 명령을 받았지만 한번도 달다 쓰다 불평 한마디 한 적 없다. 공무원으로서 받아들였다”며 “이번 인사는 명백히 법령을 위반한 불법, 위법적인 인사이기에 이것을 수인하고, 받아들이면 후배나 검찰을 위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으로 판단받고 불법과 위법 정도를, 경계를 넘나드는 이런 처분이 재발되지 않게 조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게 선배들이 길을 조금이라도 닦아야겠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 검사장은 검찰청법 30조를 핵심 근거로 들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고검검사 임용 자격에 대해 ‘28조에 해당하는 검사(대검검사급)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대검검사급에 해당하는 만큼, 고검검사로의 전보는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된다”는 검찰청법 6조를 근거로, 이번 인사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검사장은 또 감찰이나 징계 등 강등 인사의 근거가 없다는 점도 다툴 것으로 보인다. 2007년 3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된 권태호 전 검사장과 달리, 정 검사장의 경우 감찰이나 징계 등의 사유 없이 강등이 이뤄졌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신규 보임과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해 오는 15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조치됐다.
신임 수원지검장에는 김봉현 검사가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의정부지검 부부장, 광주지검 공판부장, 인천지검 부부장, 대검찰청 형사1과장,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1심 재판의 공소 유지와 관련 사건 수사를 지휘할 예정이다.
광주지검장에는 김종우 부천지청 지청장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특별수사본부 차장검사로 근무한 뒤 현재 내란 특검팀에 파견돼 있다. 대구지검장에는 정지영 고양지청 지청장이, 부산지검장에는 김남순 부산고검 울산지부 검사가 각각 임명됐다.
반면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지휘부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검사장 집단 성명에 참여한 박혁수 대구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무연수원은 정권 교체 시마다 ‘좌천성 인사’로 인식돼 왔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대검 수뇌부를 상대로 집단 성명을 내고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담겨 있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설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김창진·박현철 지검장은 인사 직후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김 검사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가 결정하는 업무에는 늘 외압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검사는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정의로워야 하고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검사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 값지고 멋있는 일”이라며 “검사님이 뚜벅뚜벅 걸어가실 길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고 했다.
박 검사장도 “공직자로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정의를 세우는 검찰의 일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보람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박 검사장은 “다만 한 가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은 남긴다”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끝까지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든든한 기둥으로 남아주기를”, “앞선 분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기를”이라고 썼다.
정 검사장 역시 항소 포기 결정 이후 내부망에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항소 포기의 정당성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한 사례에 대해 기강 확립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