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직접 듣지도, 해당 지시를 부하들에게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5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사령관은 변호인 측이 ‘4명이 들어가면 1명을 끌어낼 수 있지 않느냐’, ‘끌어내라’는 지시를 부하들에게 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민간간에게 총쏘라든가,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그러면 어느 군인이 반응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지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총’, ‘4명이 한 명씩’,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은 정확히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기존 수방사 관계자들이 내놓은 법정 증언과 배치된다. 조성현 육군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지난 4월 공판에서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 역시 지난 5월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통화를 직접 들었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가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에서 했던 자신의 증언에 대해 “기억이 왜곡됐다”며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사용했던 ‘체포’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TV를 보고 조사를 받다 보니 기억이 왜곡된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 강요 여부를 묻자 “그만큼 왜곡되고 상상한다는 것”이라며 매일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니 기억이 오염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울러 그는 비상계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9일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만취 상태로 “나는 꼭 배신당한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푸념을 했다는 진술도 내놨다. 그는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 메모에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고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은 “‘사람이 고립돼있으면 오해도 하고 의심도 하는구나, 대통령이면 제일 어른인데 참 인간은 같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해당 모임에서 병력 출동 장소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고 진술한 내용과도 엇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