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공원 공사중 사라진 문화유산

천안삼거리공원 공사중 사라진 문화유산

30년전 남산시장서 출토된 조선시대 비석받침돌
시, 도난 모르다 향토사학계 민원에 ‘허둥지둥’
김종식 회장 “공사관리 소홀로 보존노력 허사돼”

기사승인 2025-12-18 12:34:32 업데이트 2025-12-18 16:58:14
천안삼거리공원 리모델링 공사 중 사라진 귀부(비석받침돌). 사진은 김종식 천안향토문화연구회장이 공사 전에 촬영한 것.

천안삼거리공원 리모델링 공사 중 지역문화재가 사라져 향토사학계가 시의 허술한 공사 감독을 지적하고 나섰다. 

천안향토문화연구회(회장 김종식)는 지난 9월 1일 재개장한 삼거리공원에서 암행어사 박영민선정비 옆에 있던 귀부(龜趺)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시에 그 소재를 질의했다. 귀부는 거북이 모양의 비석 받침돌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이 귀부는 1990년대 중반 남산중앙시장 하수도 정비과정에서 출토된 것으로 당시 공사 관계자가 빼돌리려다가 경찰에 적발돼 되찾았다. 중앙시장은 조선시대 천안군 관아와 가까운 곳으로 이 귀부는 군수 선정비 받침돌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30년 전 발견된 귀부는 당시 공사 관계자가 매각해 돈을 챙길 욕심에 자갈로 덮어 숨겨놓은 것을 연구회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찾아낸 것”이라며 “어렵게 보존한 문화재를 시의 공사 관리 소홀로 결국 잃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3년간 지속된 삼거리공원 리모델링 공사는 천안시공원녹지사업본부에서 관할했다. 사업본부 관계자는 “귀부는 공사업체에 전달한 삼거리공원 ‘존치목록’에 명백히 들어가 있었다”면서  “동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현재까지 절도 혐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시의 소홀한 문화재 관리를 질타했다. 그는 “삼거리공원 재개장 한 달이 넘도록 귀부가 사라진 사실도 모르다가 민원이 제기되고서야 허둥지둥 찾는 모습이 어이없다”면서 “무거운 귀부 반출은 포크레인과 트럭을 동원하지 않으면 어려워, 공사 관련자 상층부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경찰서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공사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