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군사·향촌사 담은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국보 됐다

고려 군사·향촌사 담은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국보 됐다

기사승인 2025-12-19 10:33:59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이 국보로 승격됐다. 예천군 제공 

예천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이 국보로 승격됐다.

19일 예천군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이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고시했다. 1963년 보물 지정 후 약 62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전체 높이 4.3m, 건축면적 6.4㎡ 규모로, 신라계 석탑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 석탑이다. 2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구조로, 고려 현종 2년(1011)에 건립됐음을 알리는 명문이 남아 있어 건립 연대가 명확히 확인된다.

이 석탑의 가장 큰 특징은 기단 갑석 하단과 면석에 새겨진 190자의 명문이다.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의 명문으로, 이 중 188자가 판독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문에는 석탑의 건립 시기와 함께 광군이 동원됐다는 기록이 담겨 있어 고려 초기 군사제도의 성격과 운영 방식, 조직 구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미륵향도와 추향도 등 신라 향도를 계승한 지방 향촌사회의 변화상도 함께 확인돼 역사·사회사 연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건축사적으로도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와 고려를 잇는 표지적 작품으로 꼽힌다. 통일신라 석탑의 특징인 이층기단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1층 탑신 받침석을 추가하는 등 고려시대 석탑으로 이행하는 양식을 잘 보여준다.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역시 발굴조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입증됐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발굴·시굴조사에서 개심사지 사찰 터와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구층이 확인됐으며 석탑의 기초 구조도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석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 기단부와 탑신부, 옥개부 등 총 29개 부재가 모두 동일한 역질사암으로 확인됐다. 이는 건립 이후 부재 교체 없이 원형이 유지돼 왔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석탑의 재료적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예천군 관계자는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지정은 예천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국가적으로 공인된 뜻깊은 성과”라며 “고려시대 사회와 군사, 향촌 문화를 생생히 전하는 이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국보에 걸맞은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최재용 기자
ganada557@hanmail.net
최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