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계는 성장과 경고가 동시에 교차한 한 해였다. 해외에서는 K푸드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지만, 국내에서는 안전사고와 소비자 신뢰 논란이 잇따르며 산업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가 수출과 소비를 끌어올린 반면, SPC삼립 사망사고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백종원을 둘러싼 경영 리스크까지 겹치며 규제와 책임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거세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K푸드 확산에 불 붙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컬처 전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다. 작품은 케이팝을 소재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도시 풍경과 음식, 식문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 여파는 식품 소비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라면과 과자류를 중심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됐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농심 등은 현지 프로모션과 연계한 마케팅에 나서며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고, 삼양식품을 비롯한 주요 식품사들은 해외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내수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효과가 단기 흥행을 넘어 K푸드를 하나의 문화 소비로 인식시키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시 플레저와 맞물린 ‘말차’…일회성 유행 넘어 상시 트렌드로
소비 트렌드 측면에서는 ‘말차’가 가장 뚜렷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음료와 디저트를 중심으로 확산된 말차 열풍은 계절 한정을 넘어 상시 라인업으로 편입되며 하나의 흥행 공식으로 굳어졌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 확산도 말차 인기에 힘을 보탰다. 카페인이 풍부하면서도 커피 대비 건강한 이미지를 갖춘 말차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이제는 말차 메뉴가 없는 카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됐다. 제과, 아이스크림, 가공식품 등으로 활용 범위도 넓어지며 말차는 단순 원료를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반복된 중대재해의 경고
글로벌 성과의 이면에서는 산업 현장의 어두운 그림자도 드러났다. 지난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식품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SPC는 2022년 이후 평택 SPL 공장 등을 포함해 최근 3년간 사망 3건, 부상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에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도 과로사 의혹이 불거지며 노동 환경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런베뮤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장시간 근무가 반복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고들은 특정 기업의 일탈을 넘어 식품·외식업 전반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인력 부족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과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하는 현장 문화가 반복적으로 사고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끝에 ‘치킨 중량표시제’ 시행
소비자 신뢰 이슈는 가격과 표시 문제로도 확산됐다.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치킨업계를 대상으로 중량표시제를 전격 도입했다. 가격은 유지한 채 양을 줄이는 관행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직접적인 계기는 교촌치킨 순살 메뉴를 둘러싼 중량 축소 논란이었다. 지난 9월 교촌애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일부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이면서 가격은 유지했고, 원재료 구성까지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반발이 거세졌다. 해당 메뉴는 원상 복구됐지만, 논란은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다만 중량표시제는 시행 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매장별 표기 방식이 제각각이고, 배달앱 반영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현장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셀럽 경영 리스크 부각…‘빽햄’ 논란에서 방송 복귀까지
셀럽 경영인을 둘러싼 리스크도 올해 식품업계의 이슈였다. 백종원이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지난 1월 ‘빽햄’ 선물세트 논란을 시작으로 원산지 표시 및 농지법 위반 의혹, 실내 고압가스 요리,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논란은 주가로 직결됐다. 더본코리아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11월 6일 종가 5만1400원과 비교해 1년여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결국 백종원은 지난 5월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를 통해 다시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면서, 오너의 책임 범위와 방송 복귀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