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근본적인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미 위헌·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토지공개념 3법이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지, 멈추지 않는 집값 상승을 실제로 붙잡을 수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
“도저히 서울에서 집은 못 구할 것 같아요.”
내년에 결혼을 준비하는 서울 강서구 거주 직장인 강예은(가명·20대) 씨는 서울에서 집 구하기를 포기했다. 인천에서는 전용면적 약 59㎡(구 25평) 아파트를 매매가 4억원에 구할 수 있는 반면, 서울에서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전용면적 7평 오피스텔 전세가도 2억원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청약 당첨을 기대하기에는 확률이 희박하고, 당첨되더라도 억단위 선입금 납부가 부담된다”며 “서울시 신혼부부 특별공급(신혼특공)도 경쟁률이 수십 대 1까지 몰려 마냥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받아도 부부가 각 2억원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데 20대에는 힘들다. 당장 1~2년 후 신혼집으로 가야 하는데 집값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재 직장을 다니는 이무재(30대) 씨는 최근 약혼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8억원을 모아 경기 안양에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는 “서울은 비슷한 조건에 최소 5억원은 더 든다”며 “서울에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 외곽으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올해 아파트 값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3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48%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인 2006년(23.4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지수도 크게 올랐다. 지난 3월을 기준(100)으로 볼 때, 올해 11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6.91까지 올랐다.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이달 들어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이달 15일 조사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평균가는 15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4억572만원) 처음 14억원을 넘긴지 5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평균가는 5억5570만원이다.
특히 한강변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한강변에 맞닿아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은 모두 10%대를 기록했다. 마포구 14%, 용산구 12.87%, 성동구 18.72%로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각각 강남구(13.36%), 서초구(13.79%), 송파구(20.52%) 등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한국부동산원 통계) 상승률도 3.29%로, 2015년 이후 처음 3%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도 3.06%를 기록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목표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의 연이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서초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오금순 방배토박이필립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25평 매물은 19억5000만원에서 현재 20~21억원, 30평대 36억원 아파트는 38~40억원 선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강북 아파트도 2000~3000만원 정도는 올랐다. 종로 25평대 아파트는 10억원 미만임에도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정부 대책이 집값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정부가 10월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거래자들 사이에서 ‘빨리 사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됐다”며 “집을 보러 왔다가 매물이 없어 돌아가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주택가격이 4.2%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3%,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 상승률을 예상했다.
집값 상승 전망에 정치권에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토지 공(供)개념’ 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토지공개념은 토지를 전 국민의 생활기반이 되는 자원으로 보고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토지의 공적 의미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경우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일부 제한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다.
이를 수면위로 띄운 건 조국혁신당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대표 선출 후 수락연설에서 ‘토지공개념 3법’을 재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에도 “집값은 잡을 수 있다”며 “토지공개념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지공개념 3법은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를 말한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택지소유상한제는 1998년까지 초과소유택지가격의 7~11%를 택지초과소유부담금으로 부과해 약 1조6779억6900만원을 거뒀다. 하지만 1998년 폐지됐고 이후 위헌 판정을 받았다.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유휴토지의 땅값이 올라 땅주인이 얻은 토지초과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다만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미리 과세를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고 1998년 폐지됐다. 개발이익환수제는 택지개발·산업단지 조성 등 30개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한 제도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위헌 소지를 해소한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위헌 부분을 해소한 ‘토지공개념 3법’ 제·개정과 서울의 강남3구, 마·용·성과 분당 등에 대규모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또는 정치인의 이익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재명 정부는 판을 바꾸는 과감한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투기 억제를 위해 토지공개념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토지공개념이 나왔던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토지공개념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는 금융·공급·세제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토지공개념 법안을 도입한다고 즉각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기를 억제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개헌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개헌 과정에서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자산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한 노태우 정부 이후 30년이 흘렀다. 헌법 개정이 되면 토지공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될 경우 개인 재산권 침해 논란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한 헌법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발상’ 등 반대에 논의는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