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GO 손잡고 전국 단위 결혼이민자 가족 모집”…외국인 근로 ‘경주형 상생 해법’

“국제 NGO 손잡고 전국 단위 결혼이민자 가족 모집”…외국인 근로 ‘경주형 상생 해법’

기사승인 2025-12-30 15:51:29 업데이트 2025-12-30 17:13:15
경주시는 지난 9월16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초청 결혼 이민자 사전 교육’을 가졌다. 경주시 제공  

# 지난 2009년 성남시에서 생활을 시작한 캄보디아 출신 결혼 이민자인 언지영(38·여)씨는 한국인 남편의 배려 속에서 새로운 삶에 부지런히 적응해 나갔지만 문득 밀려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간간이 캄보디아 가족들의 어려운 형편을 전해들을 때면 밤잠을 설쳐야 했다. 10여년 뒤 언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접했다. 결혼 이민자의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해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법무부 계절 근로제도를 운영 중인 경주시 사업에 경기도에서 살고 있는 언씨의 본국 가족도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언씨는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형부와 언니가 매년 경주시를 오가며 일자리를 보장받았고, 돈을 벌어 어려운 생활이 이어졌던 캄보디아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꿈만 같다”라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 경주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언씨의 형부와 언니는 지난 2022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단위 결혼 이민자 가족을 모집하고 있는 경주시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참여했다. 올해까지 3년째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씩 경주에 머물며 농가에 보탬이 되고 있다. 

법무부가 2015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한 계절근로자 제도는 인구 감소에 따른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지자체와 협약을 맺어 필요한 인원을 데려오거나 4촌 이내 결혼 이민자 가족을 초청하는 방식을 갖는다. 

시범 시행 첫 해 19명으로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는 2026년 10만9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는 적정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이 농가에 안정된 인력을 제공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그려지고 있다. 

◇ 사설 브로커 배제…국제 NGO 협력으로 새 모델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우수사례 지자체로 선정된 경주시의 경우 제도의 안착을 위해 사설 브로커를 배제하고 국제구호 NGO단체와 손을 잡았다. 근로자의 입·출국 관리부터 숙소 점검, 안전 교육, 상담·통역 지원 등 전 과정을 협력기관인 나눔재단 월드채널과 함께한다. 

월드채널은 캄보디아 빈민 구호, 무상학교 운영, 보건·의료 지원 등을 수행해 왔다. 국내 결혼 이민자들이 추천한 예비 근로자를 경주시가 선발하면 월드채널은 현지 관리, 사전 교육, 24시간 통역을 맡는다. 

경주시는 결혼 이민자 가족, 친척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계절근로자를 신청받아 모집하고 있다. 국내 거주 가족이 ‘신원 보증인’ 역할을 함으로써 검증된 근로자를 받을 수 있다보니 불법체류자 단속이나 관리에 소요되는 행정력을 줄이는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족 관계를 기반에 둬 근로자의 재입국률도 높게 유지된다. 

◇ 담당자 교체 없이 업무 지속…전문성 축적 및 단기·장기 계획 추진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시범농장과 한국어 교육센터를 캄보디아에 두고 ‘선(先) 교육-후(後) 입국’ 원칙을 이행하면서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시스템도 확보해 가고 있다. 특히 1, 2년이면 담당자가 바뀌는 타 지자체와 달리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담당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축적했다. 이는 일관된 정책 추진과 네트워크의 공고화를 가능하게 했다. 

경주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을 토대로 단기·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경주시 계절근로자 담당자인 신동구 경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인력지원팀장은 “그간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올해 6월 심야에 농가에서 이탈한 근로자를 37일 만에 청주에서 찾아 자진 출국시킨 사례는 무결점 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신 팀장은 “외국인 등록 수수료, 마약 검사비를 비롯한 근로자의 입국 초기 비용과 산재보험료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시 입·출국을 가동한다”라며 “경주시는 나아가 법무부 성실 계절근로자 농어업 숙련비자 전환을 대비해 캄보디아 현지 교육원에서 KIIP(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선행 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경주시 정주인구 확대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는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 관심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바 있다.

경주시는 법무부 우수사례 지자체 선정 외에도 지난해 행정안전부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인사혁신처장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한국정책학회 한국정책대상 최우수정책상, 한국경영대상 CEO 분야 농업기술 진흥 부문, 외국인 정착 지원 사회통합 경북 도지사 표창을 들어 올렸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농촌 인력 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그간 축적한 전문성을 토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