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0 중국행 ‘초읽기’…美, 기술 통제서 ‘실리 전략’으로 선회? [CES 2026]

엔비디아 H200 중국행 ‘초읽기’…美, 기술 통제서 ‘실리 전략’으로 선회? [CES 2026]

엔비디아, “美 정부 속도감있게 진행중”…H200 수출 재개 암시
블랙웰·루빈은 봉쇄, 한 세대 뒤처진 칩으로 중국 수요 흡수
中 ‘몽니’가 변수…승인 시 삼성·SK에도 간접 수혜 기대

기사승인 2026-01-08 18:26:18 업데이트 2026-01-08 18:51:28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엄격히 통제해 온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문턱을 대폭 낮출 조짐이 포착됐다. 엔비디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H200 칩의 중국 수출 재개를 암시하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전략이 '기술 봉쇄'에서 '실리 추구'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일(현지시간) CES 2026 현장에서 “H200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 신청을 이미 제출했고, 미국 정부가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라이선스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작업이 매우 속도감 있게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정부가 ‘허용한다’는 식의 공식 발표를 따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중국 고객사에서 구매 주문서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곧 승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고객 수요는 매우 강하다”며 “승인이 떨어지는 즉시 곧바로 실어 보낼 수 있도록 공급망과 물량을 이미 준비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재진입과 글로벌 AI 투자 확대를 근거로 2027년 말까지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치를 5000억 달러(약 70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기업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자신감의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 ‘실리’ 택했다… “블랙웰은 막고 H200은 OK”

미국은 최첨단 기술을 계속 통제해 기술 격차는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구형 제품을 중국에 판매함으로써 자국 기업의 매출과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H200 대중 수출 재개는 이미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으로 물꼬가 트였다. 미국 정부는 2025년 말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0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중국에서 발생하는 ‘H200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규제 완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사실상 ‘사용료’를 받는 구조로, 안보 우려를 관리하면서도 자국 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최신 아키텍처 기반의 ‘블랙웰’(B100·B200)과 그다음 세대인 ‘베라 루빈’이다. H200은 여전히 성능은 뛰어나지만, 이들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으로 분류된다.

미 상무부 통제 대상에서 블랙웰·베라 루빈 등 최첨단 칩은 계속 강하게 제한하는 반면, H200처럼 상대적으로 구형이 된 제품은 라이선스를 전제로, 선택적으로 풀어주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최첨단 AI 칩이 대량 유입되는 것은 막아 2년 안팎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이미 한 세대 뒤로 밀려난 제품은 중국에 판매해 자국 기업의 매출과 세수를 극대화하는 ‘선별 개방’ 전략을 택한 셈이다.

중국 ‘몽니’가 변수… “주문 보류” 지시에 긴장

하지만 엔비디아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수출 규제를 풀어도 정작 중국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최근 일부 자국 빅테크 기업에 “엔비디아 H200 신규 주문을 잠정적으로 보류하라”는 취지의 구두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실제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엔비디아가 제시한 매출 전망만큼 중국 수요가 곧바로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규제를 풀어도 중국이 체면과 전략적 자율성을 이유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자국 칩 도입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국 기업들을) 압박한다면, 엔비디아가 기대하는 중국 매출이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에도 영향… HBM 수요 재점화

H200 대중 수출 재개는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200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다수 탑재되는데, 글로벌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80% 안팎을 차지하며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의 주력 공급사로 꼽히고 있어, 중국향 H200 출하가 본격화할 경우 HBM 수요 확대가 국내 메모리 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피지컬 AI’ 확산으로 로봇·자율주행 등 분야에서도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어, HBM 수요 확대 흐름과 맞물려 추가 호재가 될 수 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