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천안시 뉴스는 뭘까. 인구 70만 돌파, K-컬처박람회, 흥타령춤축제, 천안삼거리공원 재개장….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천안동남구청 인근에 지은 ‘e편한세상 천안역’ 재개발 아파트였다. 총 1579세대 아파트가 준공 3년이 다 돼가는데 조합원 200여 세대 밖에 입주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 기자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사부터 역순으로 나열해 보자.
공중에서 본 ‘e편한세상 천안역’ 아파트. 2023년 4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총 1579세대 중 200여 세대만 입주한 상태다. -3년째 빈집 e편한세상 천안역…전세·대출 막혀 집주인 '발동동' (2025년 12월 31일, 뉴스1) -입주 2년 지났는데 빈집 수두룩…'e편한세상 천안역' 조합·시공사 갈등 (2025년 11월 10일, 뉴시스) -'e편한세상 천안역' 입주 차질…조합·시공사 갈등 격화(2025년 11월 7일, 뉴스핌) -조합과 시공사 긴 줄다리기에…천안 신축단지 2년째 방치 (2025년 11월 6일, 서울경제) -입주 2년 지나도 ‘텅텅’…천안아파트 무슨일? (2025년 10월 29일, 매일경제), -입주 2년째 '유령 아파트'⋯천안에서 무슨 일이? (2025년 10월 2일, 아이뉴스24)
기사야 더 있겠지만 비슷한 제목뿐이라 그만 열거하겠다. 기사는 모두 지역 주재기자가 아닌 서울 본사의 부동산 전담 기자들이 쓴 것이다.
이 아파트 내막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으로 천안 원도심 주택들을 재개발했는데 사업비 상승 등에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었다. 그래서 조합은 2024년 초 뉴스테이를 취소하고, 임대 아닌 일반분양으로 돌리려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뉴스테이 취소에 따라 당초 임대사업자 리츠에 조합이 반환해야 할 돈이 있다. 근데 조합에 돈을 빌려줄 금융사가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공사 DL이앤씨는 “조합의 사업방식 변경으로 발생한 책임준공 의무를 우리가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일반분양 일정은 계속 늦어지고, ‘완공 3년째 빈집’ 기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전국 톱뉴스를 창피스럽게 천안이 차지한 것이다.
3년 전 이 아파트가 입주하던 때, 정반대의 천안 부동산 뉴스가 있었다. 천안역 부근에서 13년째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가 공사를 재개한 것이다. 한 시공사가 공매로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권 및 사용권을 확보해 ‘도심 흉물’을 명품 아파트로 변신시켜 분양한 것이다.
당시 박상돈 천안시장이 공사 현장에 여러 번 나가, 퍼포먼스를 벌이며 분양을 도왔다. “시장이 민간 건설사 분양을 돕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언론은 없었다.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던 흉물을 없애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2024년 2월 박상돈 천안시장이 13년간 공사가 중단됐던 아파트 공사 현장에 나가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하고 있다(왼쪽). 2025년 10월 오세현 아산시장이 탕정면 한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아 공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오른쪽). 지금 천안시엔 그렇게 적극적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에 나설 시장이 없다. 지난해 4월 선거법 위반으로 박 시장이 낙마한 후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없는 탓일까. 재개발 업무를 맡은 천안시 도시재생 담당 부서는 해결 의지 자체가 없다. 당초 천안시도 관여된 뉴스테이 사업인데도 “열중쉬어” 자세다. 조합과 시공사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여서일까. 시가 아니면 거중조정에 나설 곳이 없는데 복지부동이다. 새로운 '천안 흉물'이 탄생할 불길한 조짐이다.
옆도시 아산시가 부럽다. 시장이 지난해 10월 탕정 동산리 아파트 건설 현장을 방문, 입지적 우수성을 치켜 세우면서 잔여분 분양을 ‘간접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