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독감(인플루엔자) 등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가운데 고령층에서는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에서 폐렴은 패혈증, 급성 호흡부전, 다발성 장기 부전 등 중증 합병증으로 쉽게 악화돼 입원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만큼, RSV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유행이 소아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증가하며 B형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1월 2주차(4~10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40.9명으로, 전주(36.4명) 대비 12.3% 증가했다. 이는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9.1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작년 11월 중순 이후 7주 만에 반등한 결과다.
독감과 함께 RSV 유행도 돌고 있다. 국내에선 RSV가 주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유행 시기가 예년보다 1~2개월 빨라졌다. 2023~2024 시즌에는 RSV 검출률이 과거 5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입원 환자 중 RSV 검출 비율도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RSV 감염증은 인플루엔자, 코로나19와 함께 법정 4급 감염병에 속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유행이 시작되면 1명의 환자가 3명의 주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다. 다른 호흡기 질환과 유사하게 콧물, 인후통,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위험군에선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입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 RSV 관련 연구에 따르면 RSV로 입원한 65세 이상 성인의 56.8%에서 폐렴이 발생했고, 10.6%는 사망했다.
RSV는 전염력이 높아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의료기관, 요양원 등 밀집 시설에서 집단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RSV 감염증으로 인한 폐렴 위험은 독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60세 이상 RSV 입원 환자는 독감 환자에 비해 폐렴 진단 확률이 2.7배 높다.
가족 간에도 접촉이 잦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간에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가정 내 첫 번째 RSV 감염자로부터 같은 공간에 있는 가족 구성원에게 2차 감염이 발생하는 비율은 11.6~39.3%에 달한다.
당뇨, 만성 호흡기·심장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엔 RSV 위험이 더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폐질환 환자는 RSV 감염 시 일반인보다 입원 위험이 약 9배, 천식 환자는 약 8배, 당뇨병 환자는 약 2~11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60세 이상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 동안 기존에 갖고 있던 기저질환 증상이 악화된 비율은 각각 38%, 80%, 50%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RSV 감염증이 회복된 이후에도 고령층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에 의하면,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26.6%는 퇴원 후 3개월 이내 재입원을 경험했으며, 약 8%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신체 기능이 저하돼 장기적으로 삶의 질 저하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RSV 감염증에 해열제나 진통제와 같은 대증요법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주요한 예방 전략으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 및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에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RSV 백신으로는 글로벌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아렉스비’가 꼽힌다. 아렉스비는 1회 접종으로 60세 이상 성인에서 82.6%, 60세 이상 기저질환자에서 94.6%의 예방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또 50대~59세 고위험군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확인했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새해를 맞아 건강관리 목표를 세우는 어르신들은 겨울철 호흡기 감염 질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특히 당뇨병, 심장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동반한 고령층의 경우 RSV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과 같은 중증 합병증 및 입원과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고, 가정 내 전파 위험이 높아 배우자 및 손주 등 또 다른 고위험군에게 감염시킬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확실한 RSV 감염증 예방법은 백신 접종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60세 이상 성인에서 1회 접종으로 약 95%의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적극적인 RSV 백신 접종을 통해 올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