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제약사들…“약가 인하 시 신약 개발 자금줄 마른다”

국회로 간 제약사들…“약가 인하 시 신약 개발 자금줄 마른다”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국회 정책토론회
정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에 제약업계 한목소리 
“신약 개발 요원해질 것…산업 특성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6-01-26 19:49:36
2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백종헌, 안상훈, 한지아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은빈 기자

“약가가 갑자기 인하되면 그 충격을 어떤 기업이 견디겠습니까. 글로벌 시장으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산업의 새싹을 잘라버리면, 외국계 제약사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

26일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약가제도 개편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백종헌, 안상훈, 한지아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했다.

7월부터 제네릭 약가 40%대 인하…신약 개발기업엔 혜택

정부는 이르면 오는 7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까지 순차 인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앞으로 동일 성분 의약품 중 11번째 등재 품목부터 약가를 깎는 ‘계단식 인하’를 강화하고, 저가 구매 시 요양기관에 주는 장려금 지급률을 최대 50%까지 상향해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인하를 촉진하는 정책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3~5년 주기로 국내 약가를 조정하는 ‘주기적 약가 평가’ 기전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강도 높은 사후 관리를 예고했다. 

반면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적극 보상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투자 수준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간 혁신형 제약기업은 일괄적으로 68% 가산을 적용 받았다. 이를 개선해 앞으로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이 상위 30%에 해당하는 기업은 68%의 가산을 적용하고, 하위 70% 제약사의 경우 가산율이 60%로 떨어진다. 또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있는 제약사는 55%의 가산율을 적용한다. 

정부가 복제약 약가 제도를 수술대에 올린 건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조원의 비용과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복제약은 비교적 투자 부담이 적고, 개발이 쉬운 데다 가격도 보장돼 있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에 의존하는 탓에, 제네릭이 국내 급여의약품의 약 9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4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 2만1962개 가운데 단독 성분으로 등재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2474개(11.3%)에 불과하다. 

“제네릭-신약 개발하는 제약사, 전세계 유일…업계 특성 고려해야”

다만 제약산업 특성을 고려해 약가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제네릭을 공급하는 회사가 신약도 개발한다”며 “이번 개편안이 우리 고유의 장점을 퇴색시킬 수 있으며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 도입된 일괄약가 인하 제도와 이번 개편안이 유사해 비슷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2년 정책 시행 직후 약제비 지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해 제도 시행 후 2년 종전 수준으로 반등했다”면서 “당시 비급여의약품 등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제품의 생산 비중 증가 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었으며, 건강보험 재정 감소 기대효과도 미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익성 악화로 저가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원료 의약품 육성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제약업계 “제네릭 수익, 신약 개발 자금줄…중소기업 부담 커”

업계에서도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위축, 고용 불안 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제약 산업 전체적으로 최대 3조6000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현재 국내 제약사 영업이익이 5% 미만 정도인 상황에서 약가를 사실상 20% 깎으면 충격을 견딜 회사가 없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막대한 자금력이 없는 일반 제약사들은 제네릭 수익으로 글로벌 임상 비용 1000억~3000억원을 충당하는데, 이 자금줄을 끊으면 신약 개발은 요원해진다”고 호소했다. 

중소‧중견 제약사의 위기감은 더 컸다. 한국제약협동조합의 이사장인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은 “대기업처럼 대규모 자본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너릭은 신약 개발을 위한 유일한 자금줄”이라며 “이번 약가 인하 대상 품목에 70% 이상이 중소, 중견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어 품목 수와 영업이익 감소 폭 측면에서 체감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제네릭 약가를 손질할 것이 아니라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우대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특허 만료 오리지널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는 이미 건강보험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재정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면 제네릭 의약품이 아니라 오히려 이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과도한 약가 인하로 인해 자국 내 생산 비중이 줄고 공급 부족 및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약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하게 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 해외 원료 사용이 늘면서 품질 이슈가 발생하거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4년 코트라 발표에서 약가 인하를 단행한 일본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23.1%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또는 생산을 중단했다.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발표한 프랑스의 경우 신규 제네릭의 15%만이 프랑스에서 생산되며, 전체 제네릭의 30%만이 자국 내 생산된다.

정부는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한 정책이 아니며, 약가 인하 개편 제도는 신약 개발이나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 의식을 토대로 약가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며 “단순히 기존 절감 목표 중심의 제도 개편이 아닌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이나 필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모두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