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바뀌고, 유행은 빠르게 지나간다. SNS를 휩쓸던 메뉴들 역시 찰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조용히 사라지기 일쑤다.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기란 그만큼 어렵다. 그런 점에서 ‘마라’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유행을 넘어 이제는 청년층 사이에서 확고한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그리고 그 마라가 이번엔 햄버거집에 상륙했다. K-마라 열풍이 시작된 지 10여 년 만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선보인 ‘맥크리스피 마라 버거’ 2종이 그 주인공이다. 기자는 자칭 ‘마믈리에(마라+소믈리에)’라 부를 만큼 마라 콘셉트 메뉴라면 빠짐없이 맛봐왔다. 그런 만큼 이번 신메뉴에 대한 기대도 컸다.
실제 첫인상은 단번에 시선을 끌 만큼 강렬했다. 포장지를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치킨 패티 위에 듬뿍 얹힌 마라 소스였다. 빨갛다 못해 검붉어 보일 정도의 색감에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먼저 버거는 두 가지로 나뉜다. ‘맥크리스피 마라 클래식 버거’. 가격은 6900원이다. 빵과 양파, 소스, 치킨 패티로 구성돼 있어 마라 맛이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마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길 만한 강도지만, 입문자에게는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혀를 탁 치는 얼얼함과 진한 향이 전면에 나선다.
반면 ‘맥크리스피 마라 해쉬 버거’는 보다 대중적인 접근이다. 가격은 8400원이다. 토마토와 양상추, 해시브라운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맛의 균형이 잡혔다. 특히 해시브라운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씹을수록 퍼지는 기름기가 강한 마라 향을 중화시키고, 신선한 채소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먹힌다. 두 메뉴 가운데 마라 초심자에게 추천한다면 단연 이쪽이다.
사실 부속 재료들은 맥도날드의 기존 메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라인업의 핵심은 단연 ‘마라 소스’다. 소스는 혀를 찌르는 듯한 자극과 묵직한 향이 특징이다. 유독 간이 세고 얼얼함이 강조돼 있으며, 유명 마라 프랜차이즈 가운데서는 하이디라오 스타일과 가장 비슷하게 느껴졌다.
체감상 매운 정도는 마라 프랜차이즈의 마라탕 기준 약 2.5단계 수준, 얼얼함은 강한 편이다. 소스 양이 넉넉해 먹다 보면 흘러내리기 쉬운 만큼 포장지를 전부 벗기지 않는 편이 낫다. 먹고 난 뒤에는 산초 특유의 향이 꽤 오래 남는다.
마라 고수를 위한 ‘마라 시즈닝 맥쉐이커’도 별도로 판매한다. 후렌치 후라이에 이 시즈닝을 더해 보니, 왜 ‘마라 고수용’이라고 강조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체감상 가장 맵게 느껴졌고, 얼얼함도 오래 지속됐다. 청소년이라면 탄산음료, 성인이라면 맥주 안주로 곁들이기에 제격이다.
다만 마라 세트로 버거와 후렌치 후라이를 함께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햄버거를 먹다 보면 중간중간 담백한 맛이 필요해지는데, 감자튀김까지 마라 향이 더해지면서 자극+자극이 된다. 그러다보니 후렌치 후라이에는 손이 덜 가게 된다.
맛만 놓고 보면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만한 메뉴다. 특히 ‘마(麻)’ 맛이 강해 누구에게나 무난한 선택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패스트푸드에서 이 정도 강도의 마라를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꽤 도전적인 시도다. 익숙한 메뉴가 조금 지겹게 느껴진다면, 혀를 깨우는 색다른 자극으로 도전해 볼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