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알테오젠 사태는 한국 바이오 공시 제도의 한계와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충돌한 사건에 가깝다.”
최근 K-바이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알테오젠이 이른바 ‘로열티 쇼크’로 홍역을 치렀다. 미국 머크(MSD)의 공시를 통해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인 ‘키루다 큐렉스’의 로열티가 시장 예상치인 4~5%의 절반 수준인 2% 내외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곤두박질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영진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일각에선 ‘기만’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나온다. 그간 4~5%라는 숫자에 익숙해진 투자자들 입장에선, 2%라는 현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차분히 팩트를 짚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알테오젠이 로열티 비율을 공시하지 않은 것만으로 곧바로 규정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 현행 공시 규정상 기술이전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 특히 로열티 비율은 통상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로 다뤄진다. 이번 계약에서도 양사는 로열티율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하고 계약을 맺었지만 MSD가 자국 증권보고서에 ‘2%’를 기재하면서 오히려 비밀유지 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한국 공시제도는 로열티율 자체를 일괄 공개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반면, 미국 상장사인 MSD는 자국 공시 의무를 이유로 정보를 공개한 셈이라 ‘영업비밀 보호’와 ‘공시 의무’가 충돌한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담당 연구원이 그동안 4~5%를 외쳐왔음에도 사측이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치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가 애널리스트·개인투자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원의 추정치를 일일이 반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기만’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연구원의 추정치는 어디까지나 분석가의 영역일 뿐, 회사가 일일이 대응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확정되지 않은 수치를 성급히 정정하려다 계약 위반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이 경영진으로서는 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진짜 ‘나쁜 기업’은 따로 있다. 호재성 미확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려 주가를 띄운 뒤 경영진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소액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다. 말뿐인 파이프라인과 장밋빛 전망으로 시가총액을 부풀렸다가 뒤늦게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밝혀지는 유형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알테오젠은 어떤가. 박순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지분을 팔아치웠거나 사익을 챙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머크와의 계약 위반 여부를 따지며 파트너십의 주도권을 쥐려 애쓰는 모습이다. 계약 상대방 공시에서 로열티 윤곽이 드러난 뒤 뒤늦게 해명에 나선 소통 미숙은 분명 비판받을 지점이지만, 단지 시장의 기대치와 숫자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비난에 가깝다.
문제는 특정 기업을 감싸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고위험·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이전 계약과 같은 핵심 정보가 제도적 공백 속에서 왜곡된 기대와 오해를 낳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실망이 곧바로 기업 자체에 대한 낙인과 마녀사냥으로 번지는 환경이라면, 제2의 알테오젠 후보들은 상장지로 한국 대신 나스닥을 택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제약·바이오 전용 공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술이전 계약의 구조와 조건을 보다 투명하게 알리는 방향을 제시해 온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 업종 특유의 기술이전료 및 로열티 공시 제도를 현실에 맞게 어떻게 세밀하게 다듬을지 고민해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보다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보를, 기업에는 영업비밀 보호의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우선이다.
알테오젠이 겪고 있는 지금의 진통은 국내 바이오 산업이 성숙해지기 위한 ‘성장통’일 수 있다. 2%라는 숫자가 직관적으로 아쉬울 순 있지만, 그 2%만으로도 수조원대 현금 흐름이 가능하다는 분석과 후속 적응증·추가 계약으로 기술의 확장성이 열려 있다는 점까지 함께 봐야 한다.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다만 아직 검증이 진행 중인 옥(玉)을 돌이라 단정하고 깨뜨리는 우를, 단기 분노와 실망 속에서 섣불리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