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거세지는 업계 반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거세지는 업계 반발

기사승인 2026-02-05 06:00:11
쿠키뉴스 DB자료

당정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는 경영진이 직접 국회를 찾아 우려를 전달하는 등 직접 대응에 나섰다. 

국회 집결한 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

4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은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부회장과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과 약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는 오경석 두나무(업비트) 대표·이재원 빗썸 대표·차명훈 코인원 대표·오세진 코빗 대표·최한결 스트리미(고팍스) 부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조항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업계는 해당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산업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는 전언이다. 특히 거래소 점유율에 따른 차등 규제 가능성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내만 규제를 적용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당초 디지털자산TF은 지방선거 전 입법일정 등을 감안해 지분율 규제 논의를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최근 금융당국이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입법 필요성을 재차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발의를 위해 의원안을 취합하는 TF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며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는 이제 금융위원회와 정책위원회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TF는 설 연휴 전 2단계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주요 쟁점 조율 방안’을 문서로 정리해 일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법안 통과 시 ‘인가제’로 운영될 가상자산거래소가 얻게 될 책임과 공공적 지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정 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손질해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자본시장법상 증권 대체거래소(ATS)에 적용되는 소유 분산 기준을 가상자산거래소에 준용하는 구상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거래 인프라의 공공성을 감안해 대주주 지분율을 15%로 제한했다. 

잇단 반대 성명…與 자문위도 우려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이날 “가상자산 시장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스타트업이 자본과 위험을 감수하며 일군 산업”이라며 “시장이 형성된 후 사후적으로 규제를 도입해 주식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법적 신뢰 보호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규제 밖에서 일군 혁신산업에 사후 입법으로 규제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산업을 구축했는데 지분을 내놓게 되는 선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는 전날 “소유 분산보다 IPO(기업공개) 유도를 통한 시장 감시 강화, 책무구조도 도입, ESG 의무 부과, 사외이사 선임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 시장 친화적·자율적 방식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민간 자문위원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계와 법조계, 업계 자문위원 9인으로 구성된 TF자문위는 이날 민주당 TF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관련 의견서를 공식 제출했다.

자문위는 대주주 지분 축소가 공공성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자문위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전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지분율도 관리할 것이냐는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다”며 “금융과 산업, 공공과 민간이 경계를 허물어가는 융복합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 방식”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거래소의 책임성 약화도 지적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 사고나 해킹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력한 대주주가 있을 땐 책임소재가 명확하다”며 “소수지분으로 쪼개지면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미흡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 지분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대주주 지분을 강제 처분해야 한다. 5개사는 대주주가 모두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송치형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2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6%, 코인원은 차명훈 대표가 53.4%, 코빗은 넥슨 지주사 NXC와 종속기업이 60.8%, 고팍스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67.5%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