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소설가 박범신의 『은교』에 깊은 감동을 받아 팬클럽 모임에 참여했다.
작가는 내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얘가 정보형사야.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다 정보기관에 들어간다”며 농담을 던졌고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사실과 무관한 말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천재적인 소설가를 향한 나의 과한 팬심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유머로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 ‘정보관(정보경찰)’이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대중의 시선을 실감했다.
나는 과거에는 정보관으로 현장을 지켰고, 지금은 전국의 정보관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 글은 정보관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또 다른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기 위한 단상이다.
오늘날 정보관들의 하루는 정치 관여나 불법 사찰이라는 오래된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일상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갈등의 조기 징후를 포착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한다.
정보관은 법적 근거에 따라 집회·시위 현장에서 대화를 통해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지역사회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재난과 사회적 갈등이 확대되기 전 관계기관과 공유하는 예방적 활동을 한다.
이 과정은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남지 않고, 성과가 수치로 집계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과야말로 정보관에게는 뿌듯한 성과이자 가장 분명한 성취다.
지금의 정보관은 과거와 다르다.
현장의 정보관들은 인권 보호를 먼저 배운다.
당연히 정치 관여는 명확히 금지된다. 교육과 감사, 기록과 통제 역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됐다.
그럼에도 정보관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반복될 때마다 ‘도대체 누가, 어떠한 근거에서 그런 생각을 갖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권력이 정보를 다룬다는 사실이 경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고착된 인식으로 오해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정보관은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이 아닌, 충돌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조용한 안전장치다.
오랜 시간 침묵 속에서 현장을 지키며 소임을 다한 정보관들이 더 이상 오해와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했음을 사회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의 하루가 보여주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예방이다.
이제는 정보관의 역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
글·함명선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