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이행 분위기 안 좋다” 경고 속…대북 인도지원 제재완화 ‘성의 조치’ 검토

美 “통상 이행 분위기 안 좋다” 경고 속…대북 인도지원 제재완화 ‘성의 조치’ 검토

루비오 “통상 공약 이행 지연에 미측 내부 기류 악화”
정부 “대북 인도지원 제재 완화, 대화 물꼬 트는 성의 조치 될 수도”
통상·안보 분리 관리 강조…관세 압박 속 한미 공조 시험대

기사승인 2026-02-06 13:49:40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이 한국의 통상 합의 이행 지연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명한 가운데, 한미 간 대북 공조 차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제한적 제재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통상과 안보를 분리 관리하되, 대북 문제에서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성의 차원의 조치’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마코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전하며 “루비오 장관이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측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솔직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통상 합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대미투자특별법 등 관련 입법을 고의로 지연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정부의 이행 노력과 내부 절차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상 문제로 인해 안보·원자력·핵추진잠수함·조선 등 다른 한미 핵심 협력 사안이 저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도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어 대표는 관세 재인상이 초래할 파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이 대미 전략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사안에서도 조속히 진전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직접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불만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외교 당국 간 공식 협의 없이 대통령 메시지로 바로 나온 것은 과거와 다른 소통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 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도 한국 측의 조속한 조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간 대북 협의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한 관계 관리 방안이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며칠 내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진전 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북미 대화까지는 아니지만, 관계 진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성의 차원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그간 강경하게 반대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제재 면제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북 인도지원 물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승인이 필요해 왔으나, 미국의 반대로 국내외 민간단체의 신청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인도적 목적에 한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실제 북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은 그간 인도적 지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향후 북한이 이 문제에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이는지가 내부 상황을 가늠할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한미 정상 간 합의로 마련된 조인트 팩트시트는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전례 없는 내용”이라며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통상과 안보, 대북 공조 전반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는 공감대를 이번 방미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