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투자특위)’가 첫 회의 40여 분 만에 파행을 빚으며 출범부터 난항을 겪었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법)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대미투자특위는 12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을 위원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각각 여야 간사로 선임했다. 특위는 지난해 11월14일 한미 양국 정부가 체결한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과 관련된 법률안 8건을 심사할 예정이다.
간사 선임 직후 박수영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전날 법사위에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법안을 일방통행시키는 민주당의 태도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특위에서도 아무리 논의해도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정태호 의원은 “특위는 특위대로 해나가고 정치적 현안은 원내대표단에서 협의해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이 대미투자와 관련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다른 정치적 사안을 특위 운영에 끌어들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위 위원인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여야가 힘들게 합의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160명이 찬성해 출범한 특위”라며 “특위는 대미투자특별법을 만드는 게 목적인데 다른 상임위를 끌고 와 정쟁하는 건 아쉽다”고 했다.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오전 9시22분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며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20여 분간 비공개 회의가 이어진 뒤 김 위원장은 오전 9시45분쯤 회의를 정회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회의가) 속개되지 않더라도 특위는 3월 9일까지 대미투자특별법 의결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며 “각 부처의 업무보고는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서면 제출된 자료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당시 양국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 인하하기로 했으며, 관세 인하 조건으로 ‘법안 제출’을 명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같은 달 26일 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은 관세를 인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여야는 특위를 구성해 다음 달 9일까지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첫 회의부터 다른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시한 내 법안 처리를 둘러싼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