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에 ‘정쟁’ 올린 여야…연휴 직후 ‘전면전’ 전망

설 밥상에 ‘정쟁’ 올린 여야…연휴 직후 ‘전면전’ 전망

당초 국회 설 맞아 ‘협치’ 시나리오 그렸지만
與 사법개혁 처리에 野 보이콧 나서며 ‘물거품’
2월 중 본회의 처리 방침 세우며 강대강 대치 불가피

기사승인 2026-02-18 06:00:10 업데이트 2026-02-18 06:07:41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합의했던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출범 및 법안 마련 합의문을 들고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밥상에 ‘협치’를 올리려던 국회의 시나리오가 좌초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국민의힘이 전면 보이콧으로 맞서면서다.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설 연휴를 기점으로 여야 충돌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설을 맞아 협치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1일 회동을 갖고 설 직전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방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비준 여부를 두고 대치하던 여야가 대미투자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것도 설 명절을 앞두고 국회가 민생과 국익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의힘은 12일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의 오찬 회동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와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일정에 모두 보이콧으로 일관했다.

여야는 정국 경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의 오찬 불참 통보를 두고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였는데 회담 1시간 전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다”며 “가볍기 그지없는,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국회 의사 일정과 관련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이 약속이 휴지 조각이 되는 데 채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며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보이콧’이 외교·통상·입법 현안에도 직격탄이 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 당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 불참한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잘못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과 협치하자, 민생을 논하자, 머리를 맞대자’면서 밤에 사법·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악법을 일방 처리하는 것은 ‘초딩’도 상상조차 하지 않는 일”이라며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즉각 맞받았다.

오히려 정국 급랭의 원인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돌리기도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설 명절을 앞두고 야당 대표를 불러 악수 한 번 나눈다고 그것이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은 겉으로는 협치를 말하지만, 정작 여당의 폭주 앞에서는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진정 협치를 원한다면 ‘협치 쇼’ 포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지금 당장 멈추게 하라”고 촉구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정국 경색의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른바 ‘3대 사법개혁’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휴 직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4일 또는 26일 본회의를 기점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대 법안은 재판소원제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왜곡죄 신설이다. 이 가운데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안은 지난 11일 야당 불참 속에 법사위를 통과했고, 법왜곡죄는 이미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법안 통과 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민의힘은 관련 법안들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다.

설 연휴 이후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민생 법안 처리 역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