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간소화 2주…현장 변화는 아직 미미

대체조제 간소화 2주…현장 변화는 아직 미미

1% 수준 대체조제율 상승 기대감
의료계 “제도 개선 필요”

기사승인 2026-02-20 06:00:05 업데이트 2026-02-20 12:11:09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요양기관 업무포털에는 지난 2일부터 대체조제 정보시스템 메뉴가 생겼다. 요양기관 업무포털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 제도를 시행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병원과 약국 현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제도가 정착되면 1% 수준에 머물던 대체조제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부터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의료현장에서의 대체조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전화·팩스에 한정됐던 사후 통보 수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요양기관 업무포털에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사후 통보 수단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약사가 전산으로 대체조제 내역을 입력하면 처방 의사가 사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대체조제율이 1%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있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가약 대체조제율은 2022년 0.84%, 2023년 1.25%, 2024년 1.35%를 기록했다.

남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대체조제 사후 통보 방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시스템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저가약 대체조제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체조제율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대체조제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법 대체조제 및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개설하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일부 의료계 단체는 제도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며, 대체조제로 인한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 제도의 문제점은 약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처방전을 쓴 의사가 대체조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있다”며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대체조제가 어디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 차원에서 정부에 제도 개선 요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러 우려 속에 제도가 시행됐지만 일선 약국가에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약국 대부분이 병·의원과 인접해 자주 처방되는 의약품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 대체조제 수요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지역 약사 A씨는 “약국과 병원이 밀접해 있는 구조상 사회적으로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대체조제율이 크게 오르기 어렵다”며 “대체조제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더라도 처방된 약을 약사가 저가 복제약으로 바꿀 상황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제도 시행 이후 약국가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며 “계절성 감기 유행 등 외부 변수가 없는 한 제도 시행만으로 대체조제율이 크게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사후 통보 간소화 제도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처방 의사와의 소통 부담이 줄어들면서 약사들이 대체조제 과정에서 겪던 어려움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약사 B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타이레놀이 부족했을 때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로 대체조제를 하려 해도 의사와 연락이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도 시행으로 약사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들이 병원 인근 대형 약국이 아닌 동네 약국에서도 대체조제를 통해 약을 안전하고 편하게 받을 수 있고,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앞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 제도가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특성상 의료기관과 약국 간 거리가 멀어 처방 의약품이 환자 인근 약국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약사 A씨는 “비대면 진료에서는 감기약을 처방받아도 해당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 환자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컸다”며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가 이런 단점을 보완한다면 관련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호응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