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케미컬 구조조정 갈등…노조 "경영 참사 책임 노동자에 전가"

동성케미컬 구조조정 갈등…노조 "경영 참사 책임 노동자에 전가"

"본말전도 경영, 향토기업 자산 뿌리째 흔드는 행위"
사측 "손익 보전 목적 아닌 글로벌 수요 등 고려한 것"

기사승인 2026-02-26 10:39:22
동성케미컬 부산공장 앞에 인력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 측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2.26. 손연우 기자.

창업 67년째를 맞은 부산 향토기업 동성케미컬이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 구축을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근로자들은 사 측이 '꼼수 해고'를 강행하며 투자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고 반발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노조 측은 동남아 신공장,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경영 참사를 흑자 사업장 근로자 해고로 메우려 한다고 주장하고, 사 측은 특정 사업장의 손익 보전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 전망과 공급망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동성케미컬 노동조합 측은 "사 측은 전문 경영인의 잇따른 투자 실패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방만 경영에 따른 위기를 현장 근로자의 희생으로 덮으려는 파렴치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2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 측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기존 합작법인을 결별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인도네시아 공장설립에 약 1000억 원을 쏟아 부었고, 19%라는 저조한 가동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국내 흑자 사업장의 물량을 노조 몰래 해외로 이관했다"며 "그럼에도 가동률이 30%대에 머물자 국내 남은 물량마저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이관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성장 동력이라고 호언장담하며 200억 원을 투자한 바이오 플라스틱사업은 월 매출 1억 원에도 못 미치고, 180억 원 투자로 설비 고도화에 나섰던 전남 여수공장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여파로 매출과 이익 감소로 고전 중"이라고 했다. 

또 "
고객사 대응 실패와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울산공장 TPU(고무탄력성을 가진 플라스틱) 사업은 5년째 적자고, 멜라민폼 사업은 무려 13년 동안 매출부진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회사는 성과가 미미한 R&D 센터를 미래 먹거리란 이유로 확장하며 고임금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등 고정비 부담을 늘리면서 정작 현장에서 수십 년간 땀 흘려온 생산직 근로자는 지속해서 줄였다"며 "남은 60여 명에 대해서는 희망퇴직과 외주화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동성케미컬 부산공장 앞에 인력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 측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2.26. 손연우 기자.

김현대 노조 위원장은 "적자 사업장은 유지하면서 흑자 사업장에서 땀 흘려 그룹을 만든 근로자들이 왜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하냐"며 "성과 없는 R&D 센터를 명분 삼아 고임금 인력만 늘리고 정작 회사를 지탱해 온 숙련공을 비용으로만 취급하는 경영진의 행태는 향토기업의 자산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사 측은 갱신기대권이 기대되는 촉탁직 직원 13명을 지난해 말 일괄 계약 해지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공장 최적화란 명분을 내세워 노조와 전직원에게 고용 조정안을 통보한 뒤 협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1~2일 앞둔 계약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며 "이는 67년을 이어온 향토기업의 신뢰 관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이며 법적·윤리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권리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지역 일자리를 지키기는커녕 해외로 물량을 빼돌리고 비정규직을 소모품처럼 버리는 향토기업의 이같은 행태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근로자들은 부당해고와 관련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오너 일가의 방관 아래 자행되는 전문 경영인의 독단을 멈추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 측은 신발용 폴리우레탄폼이 최대 매출원인 부산공장의 경쟁사들이 동남아시아 현지에 생산·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부산공장 공급망 재구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부산공장 생산체제로는 이미 변화된 풋웨어 소재 공급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성케미컬 관계자는 "현재 근로계약 기간 만료 시 계약을 미갱신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생산구조개편 진행 시 인원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노동조합과 희망퇴직을 중심으로 방안에 대해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풋웨어 업체의 수요와 로컬 공급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한 공급이 불가피하다"며 "부산공장 생산물량을 현지법인으로 이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생산구조 개편을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는 글로벌 산업 환경과 고객사의 사업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산구조 개편은 특정 사업장의 손익 보전이 목적이 아니며 글로벌 수요 전망과 공급망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손연우 기자
syw@kukinews.com
손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