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 대신 슬래그…시멘트 산업 탄소 감축 새 길 열었다

석회석 대신 슬래그…시멘트 산업 탄소 감축 새 길 열었다

기사승인 2026-02-27 13:42:20 업데이트 2026-03-03 00:38:21
건물과 도로 등 우리 일상 속 대부분의 기반 시설에 사용되는 시멘트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시멘트의 핵심 재료인 '클링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클링커 제조에는 약 90%가량의 석회석이 사용된다. 석회석은 고온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CO₂를 직접 배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공정 에너지 사용 외에도 원료 자체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세라믹기술원(산업통상자원부 산하)과 쌍용 C&E는 시멘트 제조 과정의 구조적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해왔다. 연구진은 특히 고온 가열 과정에서도 CO₂를 발생시키지 않는 '비탄산염 원료'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비탄산염 원료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다. 슬래그는 그동안 토목 공사용 성토재나 시멘트 혼합재 등으로 재활용돼 왔지만, 클링커의 주요 원료로 직접 활용하기에는 공정 안정성과 품질 확보 측면에서 기술적 제약이 있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지원하는 '시멘트 원료(석회석) 대체 순환자원 확대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슬래그를 석회석 대체 원료로 활용하는 클링커 제조 기술을 개발해왔다. 연구진은 원료 특성 분석, 품질 및 안전성 검증, 최적 공정 조건 설계 등을 수행하며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 C&E는 해당 기술을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 포스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말 형태의 슬래그를 석회석 대신 클링커 제조 공정에 투입했다. 초기 공정 투입 단계에서는 분말 슬래그가 저장 시설 내부에서 굳어 배출관을 막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저장 직후 수분을 활용한 습식 처리 공정을 도입하고, 투입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안정적인 공정 운전이 가능해졌으며, 기술의 현장 적용성과 탄소 저감 가능성을 확인했다.

쌍용 C&E 관계자는 "올해 1만 톤 이상의 미세 분말 슬래그를 클링커 제조에 투입해 시멘트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약 3천 톤의 CO₂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추용식 박사는 "이번 성과는 철강 부산물을 시멘트 클링커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산업 간 자원순환 구조를 구축한 사례"라며 "비탄산염 원료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철강과 시멘트 산업 간 협력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실현한 모델로, 향후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