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노태악 대법관 “정치의 사법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것”

‘퇴임’ 노태악 대법관 “정치의 사법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것”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 독립과 국민의 신뢰”

기사승인 2026-03-03 13:20:12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대법관. 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퇴임하면서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했다.

노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사를 통해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법관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명감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집중하고 신뢰와 지혜를 모은다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사법부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법관은 사법부 독립에 대해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 두 가지”라면서도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법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나 혜택은 더욱 아니다”고 했다.

그는 “오직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궁극에는 국민의 법적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고,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변화도 언급했다. 노 대법관은 “머지않아 인공 일반 지능(AGI)이 등장하고 이른바 특이점을 넘는 지점에서 인류는 인공지능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할지 모른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법의 중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법관의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법관으로서) 지난 6년은 부족하고 불민한 능력으로, 아파도 아프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며 “우연히 책장에서 본 어느 책 제목처럼 ‘모든 삶은 서툴다’라는 말은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은 이날로 6년의 임기를 마쳤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관 후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40일 넘게 임명 제청하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됐다. 대법원장의 제청 이후에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대통령 재가 절차가 남아 있어 후임 임명까지는 4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