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늘고 소각장은 늙고…증설 꺼낸 서울시, 구민 반발에 제동

쓰레기는 늘고 소각장은 늙고…증설 꺼낸 서울시, 구민 반발에 제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소각 효율 86%…노후화로 감소
市, 직매립 금지에 현대화 내걸었지만…강남구 “주민 부담”

기사승인 2026-03-04 06:00:18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저장조에서 크레인이 쓰레기를 들어올리기 위해 하강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소각 효율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유지 보수를 하고 있지만, 노후화는 계속 진행 중이거든요. 지금까지 25년이 넘게 가동하지 않았습니까.”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저장조는 깊은 절벽과 다름없었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1만300㎥ 규모의 공간에는 소각을 앞둔 생활폐기물 약 3500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쓰레기 호수’ 위로 거대한 크레인 두 개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승복 강남자원회수시설 소장은 “현재 소각 효율은 86% 정도”라며 “900톤이 들어와도 800톤 정도만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된 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자구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 추진하려던 신규 자원회수시설(이하 소각장) 신설 계획은 1·2심 패소로 없던 일이 됐다. 이에 시는 기존 소각장을 현대화해 관내 쓰레기 처리 용량을 늘리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그마저 증설을 동반해선 안 된다는 구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저장조에서 크레인이 쓰레기를 소각로 안으로 옮기고 있다. 노유지 기자

처음으로 현대화가 거론된 강남자원회수시설은 지난 2001년 준공돼 26년 차를 맞은 소각장이다. 하루 동안 태울 수 있는 양은 800톤. 강남자원회수시설이 문을 연 초창기 대비 100톤이 줄었다. 이 소장은 “소각로 3기가 노후화되면서 효율 자체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처리 용량이 총 900톤이라도 소화 가능한 물량은 86%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쓰레기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서울에서 발생한 가연성 생활폐기물은 하루 평균 3152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2925톤)보다 227톤 늘어난 규모다. 시민 1명이 버리는 쓰레기양 역시 증가했다. 2024년 인당 생활계 폐기물 배출량은 1.09㎏으로 2019년(0.98㎏) 대비 110g 늘었다. 서울 인구수가 매년 감소해도 쓰레기는 줄지 않는 이유다.

시는 직매립 금지가 시행된 만큼 기존 소각장 현대화·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대한 관내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 “시 차원에서 생활폐기물 감량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소각장 용량으로는 발생 총량을 소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한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지역 내에서 직접 처리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2020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저장조에 약 3500톤의 생활폐기물이 쌓여 있다. 노유지 기자

그러나 강남구는 시가 추진 중인 소각장 현대화 사업에 증설이 포함되며 주민 부담도 커졌다는 입장이다. 구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들의 문제의식은 ‘왜 하필 이곳이 또 늘어나야 하느냐’와 맞닿아 있다”며 “이미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시설에 추가 용량을 더하는 계획은 형평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1월 강남구민 400여 명을 대상으로 소각장 현대화 사업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이 사업에는 하루 처리 용량을 250톤 늘리는 증설 방안이 포함됐다. 강남자원회수시설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시설 규모를 늘려 총용량을 1150톤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시와 구에 따르면 설명회 이후 ‘찾아가는 주민 소통 창구’가 지난달 2주간 운영됐지만, 주민지원협의체를 비롯한 구민들의 반대 의견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 앞 울타리에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유지 기자

현장에서는 시민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소장은 “쓰레기 배출을 지자체만의 문제로 한정해 버리면 나중에 트러블이 일어났을 때 내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는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소각로의 처리 용량과 생활폐기물 발생량 간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현 상황을 남이 아닌 모두의 문제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은 단순 소통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기존 관리비·난방비 지급을 넘어 확실한 물질적 보상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이 현대화를 쉽게 허락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직매립 금지 정책 발표 후 5년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만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추진 중이던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과 관련한 소송 등 법률적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에는 현대화를 통해 최신 친환경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증설까지도 포함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