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궁근종에 수술 대신 ‘하이푸’ 택했는데…보험금 지급 보류, 왜?

5㎝ 자궁근종에 수술 대신 ‘하이푸’ 택했는데…보험금 지급 보류, 왜?

하이푸 실손보험금 지급 두고 환자·보험사 갈등 지속
대법원 판결 후 하이푸 입원치료 인정 더 까다로워져
“전후 처치까지 최소 6시간…부작용 관찰 위해 입원 필요”

기사승인 2026-03-05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윤민서(43·가명·경기 하남)씨는 지난 몇 년간 생리 때마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출혈량이 많아 빈혈까지 생겨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5㎝ 크기의 자궁근종이 발견됐다. 수술하게 되면 일주일가량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상황이어서 수술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주치의는 수술 대신 하이푸 시술(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을 권유했다. 윤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실손보험을 믿고 하이푸 시술을 택했다. 윤씨는 시술 후 하루 정도 입원한 뒤 퇴원했다. 복부 불편감과 어지러움 등 가벼운 부작용이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윤씨의 회복은 빨랐지만, 보험금 지급은 더뎠다. 보험 청구 접수 5개월 뒤에야 보험사는 제3의료기관의 ‘6시간 이상 입원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의료자문 결과와 함께 ‘부지급’ 소식을 통보했다.

자궁근종 하이푸 시술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환자와 보험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푸 시술을 받은 뒤 하루라도 입원하는 경우 보험사에 입원이 필요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씨는 메리츠화재에 하이푸 시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통원의료비’ 지급 책임만 인정했다. 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이푸 시술에 들어간 비용이 약 500만원이었는데, 산정된 보험금은 3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하이푸 시술 비용이 수술에 비해 비쌌지만, 20년 넘게 가입한 1세대 실손보험을 믿고 하이푸를 택했던 건데 보험사한테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자궁근종 치료 보험료를 온전히 받으려면 꼭 수술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소비자 기만이다”라고 말했다.

하이푸 시술은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인체에 무해한 고강도 초음파를 종양에 집중 조사해 괴사시키는 치료법으로,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 없이 근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절개가 없고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임기 여성에서 선호된다. 제도적으로도 이미 효과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하이푸는 지난 2013년 정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한 뒤 2015년부터 비급여 의료 행위로 인정받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진료지침에도 적응증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하이푸 시술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이푸 치료는 인정하지만, 입원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다. 지난 2025년 대법원이 관련 소송에 대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입자들의 보험금 수령은 더 어려워졌다. 작년 1월 대법원은 하이푸 시술이 비침습적 시술 및 단기간 입원이 보험약관상 인정되는 ‘필수적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 재판부도 하이푸 시술의 필요성과 적절성은 인정했지만, 입원치료 필요성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부작용으로 통원을 감당할 수 없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씨는 “사람마다 체감하는 통증은 다르겠지만, 시술 후에도 약간의 복부 통증과 어지러움, 생리 중이 아닌데도 질에서 출혈이 보이는 피비침이 있어 입원해 경과를 지켜봤던 것”이라며 “시술 후 바로 퇴원해 문제라도 생기면 그 부분은 보험사가 책임져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보험사는 제3의료기관의 의료자문 결과 ‘6시간 이상 병원 내 체류가 꼭 필요한 상태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하이푸 시술은 실손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에 해당하며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입원의료비로,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통원의료비로 지급하고 있다”며 “본 건의 경우 하이푸 시술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았고, 시술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의심할 만한 심한 통증 호소나 활력징후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원이 필요한 특별한 처치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푸 시술 직후 급성기 통증, 출혈 같은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 입원치료를 통해 면밀한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하이푸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성영모 강남여성병원 대표원장은 “하이푸 치료 시 전후 처치와 화상이나 출혈, 신경 손상 등을 확인하는 데에만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며 “대만의 경우 하이푸 시술 후 2~3일은 기본적으로 입원시키고 있으며, 미국도 입원을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사례에 관해선 “5㎝ 크기의 근종을 하이푸로 치료하려면 시술 시간이 못해도 40분에서 1시간가량 걸렸을 것”이라며 “그만큼 몸속에 열이 많이 들어간 상태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성 원장은 “근종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하이푸 시술에 대해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기준을 들이대면 수술 없이 근종 크기와 환자의 증상을 줄여주는 하이푸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대신 앞으로 모든 자궁근종 치료는 로봇수술로 대처 돼 오히려 의료비용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료자문을 맡은 병원은 현재 하이푸 시술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료자문의 공정성·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성 원장은 “하이푸 치료기도 갖추지 않은 곳에 의료자문을 의뢰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의료자문 결과가 곧바로 보험금 지급 여부로 이어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과의 상호 협의로 제3의료기관의 전문의를 선정해 그 의견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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