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정교한 움직임' 만드는 뇌의 비밀… IBS, 소뇌 별세포 역할 규명

[쿠키과학] '정교한 움직임' 만드는 뇌의 비밀… IBS, 소뇌 별세포 역할 규명

성장 과정서 억제신호 주체가 신경세포서 별세포로 이동
어린 생쥐 대비 성체 생쥐의 높은 운동 다양성 확인
운동장애 치료·피지컬 AI 연구 단서 제시

기사승인 2026-03-09 15:27:51
성장에 따른 소뇌 회로 변화와 운동 협응 차이를 나타낸 개념도. 어린 생쥐 개체에서는 신경세포 중심 회로에서 형성된 억제 신호가 주로 작용해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보행 패턴이 나타난다. 반면 성체에서는 별세포가 억제 신호 조절에 함께 참여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운동 협응이 가능해진다. IBS

사람은 빙판이나 모래사장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근육의 작동 커니즘 이상으로 여러 신체 부위 움직임이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정교하게 조합되는 ‘운동 협응(motor coordination)’의 산물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기억및교세포연구단장과 홍성호 연구위원 연구팀이 이처럼 복잡한 운동 협응 능력의 발달 과정에서 소뇌의 별세포(astrocyte)가 신경세포와 함께 억제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정교한 운동 협응 능력이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신경세포 중심으로 이해했던 뇌 발달 과정에 별세포(astrocyte)가 핵심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동 협응을 담당하는 소뇌에는 뇌 전체 신경세포의 70% 이상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과립세포로, 과립세포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에 의해 지속적으로 억제되는 상태를 유지하며 신경회로의 흥분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한다. 

이런 억제 메커니즘은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정보 처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뇌 신경회로 구조는 어린 시기에 대부분 형성되지만, 실제 운동 협응 능력은 청소년기까지 계속 발달한다는 점에서 그 원리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성장기 지속적 억제의 분자・세포 수준에서의 전환을 보여주는 모식도. IBS

연구팀은 이 현상이 신경회로 구조가 아니라 억제 신호의 조절 방식 변화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연구팀이 어린 생쥐와 성체 생쥐의 소뇌 과립세포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성장 과정에서 억제 신호의 공급 방식이 변화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린 개체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방출한 가바가 지속적 억제를 주로 담당했지만, 성체에서는 별세포가 ‘베스트로핀-1(Bestrophin-1)’ 채널을 통해 가바를 직접 방출하며 억제 조절을 주도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 억제의 중심이 신경세포에서 별세포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성체는 가바를 세포 내부로 다시 흡수하는 가바 수송체(GAT)의 활성이 증가해 신경세포에서 유래한 가바의 영향이 줄어드는 반면, 별세포가 세포 외 공간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가바의 역할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뇌 신경회로가 성장 과정에서 신경세포 중심의 조절 방식에서 신경세포와 교세포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가 실제 신경회로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세포 100만 개를 포함한 대규모 소뇌 신경회로 계산 모델을 구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억제 조절의 중심이 신경세포에서 별세포로 이동할수록 서로 다른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과립세포 집단 간 정보 간섭이 줄었다.

이는 각 세포집단이 보다 독립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러 신체 부위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는 운동 협응 능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세포 수준의 발견이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했다. 

이를 위해 딥러닝 기반 3차원 행동 분석 시스템 ‘AVATAR 3D’를 활용, 생쥐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생쥐의 골격 구조와 신체 움직임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고 사지 움직임의 각도 변화 속도와 상관관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정상 성체 생쥐는 앞다리와 뒷다리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움직임 조합이 나타났다. 

반면 어린 생쥐와 베스트로핀-1 유전자가 결손된 성체 생쥐는 이런 움직임의 다양성이 크게 줄었다.

이는 별세포에서 방출되는 가바가 소뇌 신경회로의 기능적 성숙을 통해 운동 협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AI 기반 3차원 행동 분석을 통한 별세포 유래 가바의 운동 협응 기능 검증. (a) 다각도에서 촬영한 5대의 카메라 영상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AVATAR)을 이용해 생쥐의 신체 주요 지점(body keypoints)의 3차원 좌표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3차원 골격 움직임을 재구성했다. (b) 재구성된 3차원 골격 데이터를 이용해 신체 중심축을 기준으로 앞발과 뒷발의 움직임 각도 변화 속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사지 움직임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어린 개체에서는 Bestrophin-1 결손 여부에 따른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성체에서는 별세포 유래 가바가 결손될 경우 사지 간 움직임의 독립성이 감소하였다. 이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운동 협응 능력이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IBS

향후 연구팀은 별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신호 물질이 운동 협응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신경세포뿐 아니라 교세포까지 포함한 확장형 신경망 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 구조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탐색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그동안 뇌 기능과 발달 연구는 주로 신경세포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 연구는 별세포와 같은 교세포가 신경회로의 기능적 성숙과 운동 협응 능력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성장 과정에서 억제 신호의 조절 주체가 신경세포에서 별세포로 전환된다는 점을 밝혀 뇌 발달에 대한 기존 이해를 한 단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뇌 회로에서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원리를 밝혀 파킨슨병 같은 운동장애 질환은 물론 뇌의 운동제어 원리를 모방한 로봇 제어기술이나 피지컬 AI 개발에도 중요한 기초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18일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8)’에 게재됐다.
(논문명: Cerebellar tonic inhibition orchestrates the maturation of information processing and motor coordination (2026) IF=12.9 / 저자-권재(공동제1저자/IBS), 김선필(공동제1저자/IBS), 우준성(참여저자/베일러 의과대학), 게이코 야마모토(참여저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올리버 제임스(참여저자/IBS), 에릭 데 슈터(참여저자/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 홍성호(공동교신저자/IBS), 이창준(공동교신저자/IB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