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슥 그리면 전기 흐른다'… KAIST, 액체금속 파우더 전자소재 개발

[쿠키과학] '슥 그리면 전기 흐른다'… KAIST, 액체금속 파우더 전자소재 개발

문지르거나 누르면 회로 활성화
종이·섬유·유리 다양한 표면 적용
액체금속을 가루로, 표면장력 한계 극복
사용 후 화학 처리로 금속 회수 재활용

기사승인 2026-03-15 12:00:06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5년 12월호 후면논문으로 게재된  ‘액체금속 파우더’ 연구. KAIST 

연필로 선을 긋듯 전자회로를 만들거나 이를 지워 금속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KAIST 기계공학과 박인규 석좌교수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혜진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다양한 표면 위에 직접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액체금속 파우더(Liquid Metal Powder)’ 전자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가루 상태로 존재하다가, 손가락이나 붓으로 문지르는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면 전기가 흐르는 회로로 변한다. 

이를 통해 종이, 플라스틱, 섬유, 유리뿐 아니라 살아있는 나뭇잎 표면에서도 즉석에서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다.

가루 형태로 액체금속 한계 해결

웨어러블 기기와 유연 디스플레이, 소프트로봇처럼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전자기기가 늘면서 액체금속이 차세대 전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금속처럼 전기가 잘 흐르면서도 액체처럼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금속은 물방울처럼 뭉치려는 성질이 강해 기판 위에 얇게 펼치거나 정밀한 회로 패턴을 만들기 어려워 실제 공정에서 고온 열처리나 복잡한 장비가 필요해 활용성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을 나노 및 마이크로 크기의 입자로 쪼개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액체금속을 유기용매에 넣고 초음파로 분산한 뒤 용매를 제거하면 입자 표면에 공기와 반응해 형성된 얇은 산화막이 생긴다.

이 산화막은 일종의 절연막 역할을 해 평소에는 입자 사이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이를 회로로 작동시키려면 파우더를 표면의 원하는 위치를 손가락이나 스탬프로 눌러주면 된다.

압력이 가해진 부분에서 산화막이 깨지고 내부 액체금속이 서로 맞닿아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전도로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종이, 섬유, 유리, 식물 잎 등 다양한 표면 위에 회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 액체금속에서 문제가 되던 번짐이나 침전, 패턴 변형 현상도 크게 줄였다.

아울러 파우더 상태로 상온에서 1년 이상 보관해도 성능이 유지됐으며, 형성된 회로는 수만 번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전기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 기술은 사용이 끝난 회로를 물에 녹인 뒤 수산화나트륨 용액으로 처리하면 입자를 감싸던 산화막이 제거되면서 액체금속을 다시 회수할 수 있고, 회수된 금속은 파우더로 재가공해 재사용할 수 있다.

액체금속 파우더 제작, 다양한 표면 전자회로 구현, 재활용할 수 있는 전자회로 및 신축성 무선 건강 모니터링 패치. KAIST

실제 연구팀은 이 소재를 활용해 피부에 부착하는 무선 건강모니터링 센서와 형태가 변하는 소프트로봇 회로 등을 제작, 실제 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사라지는 보안회로나 사용자 맞춤형 전자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전자회로 제작을 그림을 그리듯 직관적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재활용까지 가능해 웨어러블 컴퓨터나 적응형 사물인터넷 시스템 등 다양한 차세대 전자기기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굴 오스만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성과는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논문명: Mechanochemically Activatable Liquid Metal Powders for Sustainable, Reconfigurable, and Versatile Electronics, DOI: 10.1002/adfm.202527396)

Osman Gul 박사(왼쪽), 박인규 석좌교수(위), 김혜진 박사(아래).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