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화·KAI 결합, ‘한국판 스페이스X’로 가려면 결단이 필요

[칼럼] 한화·KAI 결합, ‘한국판 스페이스X’로 가려면 결단이 필요

강종효 쿠키뉴스 경남본부장

기사승인 2026-03-20 16:43:37 업데이트 2026-03-23 07:00:10
강종효 쿠키뉴스 경남본부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4.99% 확보는 국내 우주항공 산업에 분명한 전환점이다. 기술 협력 수준을 넘어 ‘지분 동맹’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다. 경남 창원과 사천을 축으로 한 우주항공 클러스터 형성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이번 결합이 ‘기회’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것이 곧 ‘도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가 아니라 결단이다.

글로벌 우주항공 시장은 이미 판이 바뀌었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위성, 통신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며 시장 질서를 재편했다. 유럽의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역시 우주사업 통합에 나서며 ‘규모의 경쟁’을 선언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분절된 역량’에 머물러 있다. 발사체는 따로, 위성은 따로, 체계 개발은 또 따로 움직인다. 기업 간 협력도 선언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구조로는 1조 달러 규모로 커지는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 점에서 한화와 KAI의 결합은 방향성만큼은 옳다. 한화는 발사체와 엔진, 위성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KAI는 항공기 체계와 중대형 위성 역량을 갖고 있다. 두 축이 결합하면 ‘종합 우주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진다.

문제는 실행이다. 지분 4.99%는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략적 협력을 상징하는 ‘신호’일 뿐이다. 이 신호를 실질적 통합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이번 결합은 또 하나의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공동 투자와 사업 통합, 나아가서는 우주·방산 분야를 아우르는 ‘국가대표급 통합 기업’으로의 재편까지도 논의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없이 모든 영역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지역 차원에서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창원과 사천을 잇는 클러스터가 단순한 생산기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연구·개발과 서비스까지 포함한 ‘완결형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것인지다. 답은 분명하다. 기술과 인재, 자본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벨트’는 이름에 그칠 뿐이다.

결국 이번 결합의 본질은 하나다. 한국이 우주항공 산업에서 ‘추격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는 점이다.

한화와 KAI의 선택은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시험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판을 바꾸는 수준의 결단이다.
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
강종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