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빵 가격 내리는데…치킨값은 왜 그대로일까

라면·과자·빵 가격 내리는데…치킨값은 왜 그대로일까

기사승인 2026-03-27 06:00:11
한 치킨가게. 연합뉴스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흐름이 확산하고 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인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압박하는 정부와 원가 부담을 호소하는 현장 사이에서 가격 조정을 둘러싼 신중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계 전반에서는 가격 인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부터 제과·빙과·양산빵 등 9개 품목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오리온도 배배, 바이오캔디, 오리온웨하스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5% 낮추고, 빙그레 역시 아이스크림 출고가를 평균 8.2% 인하하기로 했다.

라면업계도 동참하고 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도 다음 달부터 일부 제품 출고가를 평균 6~14%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가격을 최대 1만원까지 인하하며 가격 조정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은 원재료 가격 안정세와 맞물려 있다.밀가루와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제조 원가 부담이 일부 완화됐고, 이에 따라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식용유와 라면 생산 업체들이 다음 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두 자릿수까지 인하한다고 보고받았다”며 “국민 물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산 수입 닭고기. 연합뉴스 

AI 여파에 닭값 급등…가격 인하 여력 없어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닭고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9~10호 육계 가격은 올해 3월 기준 kg당 5308원으로, 전년 동월(4077원) 대비 약 30.2% 오른 수준이다. AI 확산으로 육용종계가 살처분되고 이동 제한 등이 이어지면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영향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AI 영향으로 종계와 원종계가 줄어들면서 닭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닭이 자라야 상품으로 나올 수 있는데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재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업계는 가격 인하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닭고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가격 인상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프랜차이즈 구조도 가격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맹점주가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본사가 가격 인하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가가 오르면 가맹점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점주 판단에 따라 소비자 판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가격을 낮추라고 하기엔 가맹점주의 가격 결정권과 충돌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구조상 본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수수료 부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플랫폼 수수료, 전기·가스 요금 상승 등이 누적되면서 외식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처럼 빵 가격을 내리는 곳은 원재료의 대부분이 밀가루와 설탕”이라며 “이들 업체는 제당·제분 계열사를 통해 원재료를 직접 조달하고 본사가 제품을 생산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구조여서 가격 조정이 비교적 가능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수수료 등 여러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현재도 가격을 올리지 않기 위해 본사가 일정 부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