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운전하지 마세요”…복약지도 강화에 약사들 반발

“약 먹고 운전하지 마세요”…복약지도 강화에 약사들 반발

불안장애, 알레르기약 등 부작용 안내 대상에 포함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논란

기사승인 2026-03-27 06:00:05
픽사베이

정부가 졸림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 복용 후 차량을 운전하는 이른바 ‘약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 강화에 나선다. 다만 강화된 규제안을 두고 지역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약사가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할 때 졸음·어지럼증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의 경우 해당 위험성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개된 이후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등 지역 약사단체들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약사단체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을 낸 이유는 처벌 규정까지 포함된 복약지도 강화 조항이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약사회들은 졸음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공황장애 치료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의약품과 식욕억제제, 진통제 등에 대해서는 복약지도뿐 아니라 처방 단계에서 의사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가 복약지도 이후에도 의약품 포장지의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운전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 없이 약사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활동 중인 약사 A씨는 “약물운전과 관련한 책임을 모두 약사에게 집중해선 안 된다”며 “사람마다 알레르기 약인 항히스타민 성분 의약품의 경우 졸음이 쏟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처방 단계에서 의사가 먼저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처방을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복약지도 사항을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약사 책임이라고 몰아갈 경우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약사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점이 많은 시행규칙 개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들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복지부의 시행규칙 개정 움직임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약물 특성을 고려해 복약지도 가이드라인에 운전 주의 의약품을 설정했을 뿐, 처벌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약물운전 문제는 해외에서도 반복적으로 논의돼 온 사안”이라며 “논의 결과 복약지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고,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처럼 처벌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역 약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앙회인 대한약사회가 입장 정리에 나섰다. 약사회는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신설 조항이 아니라 기존 시행규칙을 일부 강화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앙회 차원에서 환자 복약지도 시 운전 위험성을 안내할 수 있도록 약 봉투 인쇄 양식과 부착용 스티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규정 개정을 두고 약국에 책임이 전가된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약사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복약지도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상생활에 위험이 있는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 강화 규정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고, 약물별 운전 영향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제도상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복지부 등에 규정을 구체화할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