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개편 후폭풍…환자 “환영”, 외자사 “의미 있는 진전”, 국내 업계 “유감”

약가제도 개편 후폭풍…환자 “환영”, 외자사 “의미 있는 진전”, 국내 업계 “유감”

복제약 약가 45%로 단계적 하향
혁신형 제약 인증, 리베이트 요건 대폭 완화

기사승인 2026-03-27 14:05:40 업데이트 2026-03-27 15:30:04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을 두고 환자와 글로벌 제약사, 국내 제약사 간의 평가가 엇갈렸다. 환자와 외국 제약사는 환영한 반면 국내 업계는 과도한 조치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건정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이었던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45% 수준으로 조정하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며 총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가 인하된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45%가 되면 제네릭 약가는 기존보다 16% 낮아진다. 복제약 약가 조정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급격한 약가 인하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약값 우대, 세제 감면 등 혜택을 주는 인증 제도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신규 복제약에 대해 약가를 60%로 1년간 우대하기로 했다. 해당 복제약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우 우대기간은 3년 연장된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곧 매출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약가 개편안이 보건 안보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등 7개 단체로 구성됐다.

비대위는 “국산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주요 제약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정심이 16%의 약가 인하 기본 산정률을 결정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제약 업계는 그동안 약가 산정률 마지노선을 48.2%로 제시해 왔다. 중동 전쟁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정부는 사후적으로라도 이번 개편안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건강 증진과 국가 경제 기여라는 본연의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조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료 직접 생산, 국산 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항생 주사제·소아 의약품 등 직접 생산에 대한 약가 우대 대책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약가 인하 대상을 ‘2012년 이전 등재 약제’와 ‘이후 약제’로 나눠 순차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선 “산업계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약가 인하 정책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등 산업 혁신 동력이 약화해선 안 된다”며 “향후 가동될 민관협의체가 약가 정책을 비롯해 의약품판촉영업자(CSO) 등 유통구조 개선과 제네릭 활성화 방안 마련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업계는 우려를 표한 반면 환자와 글로벌 제약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수준과 품목 경쟁 구조와 관련해 지속해서 제기돼 온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라며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는 환자의 치료 중단으로 직결되어 온 만큼, 이번 제도 개선이 실제 현장에서의 공백 없는 공급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절감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수급 안정 의약품 보상과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제고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연간 약 2조원 안팎의 건보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합회는 “이런 재정이 실제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약가제도는 환자의 치료 기회와 생명과 직결되는 정책인 만큼, 모든 논의 구조에 환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외국 제약사들로 구성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혁신 신약의 가치를 보상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KRPIA는 혁신 신약 접근성 개선과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약가 평가 체계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미국제약협회의 ‘2023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급여된 신약 460종 기준 한국의 급여율은 22%로 G20(28%)과 OECD(29%) 평균을 밑돌았다. 암 혁신 신약의 급여율 역시 한국은 23%로 G20(35%)과 OECD(36%)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희귀질환 신약의 경우 한국의 급여율은 12%로 G20·OECD 평균(32%)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제도 도입,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경제성평가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 상향 등을 개선방안에 담았다.

KRPIA는 “주요 개선방안을 이행함으로써 현행 약가제도가 한층 합리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체계로 성숙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며 민간협의체를 조속히 진행하고, 산업계와 제도 운용 절차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향후 제도 설계와 운영 과정에서 개편안의 본래 취지가 충실히 구현되기를 바란다”며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 강화와 국민 건강권 향상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