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안심하고 치료받도록”…자살예방·중독치료·심리상담 고도화

“누구나 안심하고 치료받도록”…자살예방·중독치료·심리상담 고도화

정신건강 국가책임 강화…5년 정책 청사진 제시
청년·아동 조기개입 확대…예방에서 치료까지 촘촘히
정신응급·재활·사회복귀 강화…지역사회 회복체계 구축
중독·자살예방 고도화…AI 기반 대응도 본격화

기사승인 2026-03-27 18:57:38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향후 5년간 정신건강 정책의 청사진이 될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했다. 우울과 불안, 자살, 중독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치료부터 회복·재활·사회복귀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지향점으로 하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정신질환의 예방·치료·재활·복지·권리보장과 정신건강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기본계획이다.

정부는 제2차 기본계획(2021~2025) 기간 동안 전국민 심리상담바우처 도입, 청년 정신건강검진 확대,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와 급성기 집중치료병원, 동료지원쉼터 설치 등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그러나 국민 정신질환 유병률과 우울감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독과 자살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0대가 2014년 4.5명에서 2024년 8.0명으로 77.8% 급증하고, 20대는 17.8명에서 22.5명으로 26.4% 증가했다. 정신질환 진료비도 2015년 4조1000억원에서 2024년 7조7000억원으로 늘어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이번 계획에 6대 추진전략, 17대 핵심과제, 53개 세부과제를 담았다. 큰 방향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 △회복지향적 지역사회 환경 조성 및 사회참여 촉진 △사람 중심의 서비스·제도 마련을 통한 당사자 권익 신장이다.

우선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조기 개입을 강화한다. 정부는 인식개선 국가브랜드 ‘마주해요’ 캠페인을 이어가고,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 확산을 위해 우수기자상과 세미나 운영, 뉴미디어 창작자의 정신건강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불안장애, 수면장애,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섭식장애, 아동·청소년기 정서·행동 문제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심리상담 서비스도 고도화한다. 우울·불안 고위험군과 자살시도자, 재난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서비스 취약지 거주자를 위해 방문상담과 비대면 상담을 도입한다. 제공기관과 인력에 대한 실태조사,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품질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술 활용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AI 과의존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연구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상담 보조서비스,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고독사 예방 심리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해 서비스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동·청소년과 청년층에 대한 조기 발굴·개입 체계도 확대한다. 정서·행동 특성검사와 ‘마음EASY 검사’ 확대, 학교 전문상담인력 배치, 위기학생 대상 긴급지원팀 확충이 추진된다. 청년층에 대해선 국가건강검진과 병역판정검사 등을 통해 정신건강 취약군을 선별하고, 정신과 첫 진료비와 심리상담 서비스 지원을 연계해 조기 치료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정신응급과 재난 대응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권역트라우마센터를 2025년 4곳에서 2030년 17곳으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13곳에서 17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신과와 응급의학과 협진을 기반으로 24시간 치료가 가능한 체계를 넓히고, 신체 문제를 동반한 정신질환 환자를 위한 공공병상과 응급병상도 단계적으로 늘린다.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이 함께 대응하는 합동대응센터, 실시간 병상정보 공유시스템, 정신응급의료상황실 시범 도입도 포함됐다.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까지 공백 없는 연속 관리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다. 급성기 집중치료실 병상은 2025년 391개에서 2030년 2000개까지 늘리고, 퇴원 이후에는 병원 기반 사례관리와 낮병동 관리료 등 지속치료 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한다. 격리·강박 최소화, 보호실 환경 개선, 종사자 인권교육 개편 등 인권친화적 치료 환경 조성도 함께 추진된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권익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담겼다. 절차조력 서비스 제공기관 확대, 공공후견 인프라 전국 확충, 사전의향서 제도 도입 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비자의 입원 절차에서는 이송·치료비 지원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입·퇴원 절차 전반의 개선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사회 회복·재활 기반도 넓힌다. 정부는 정신요양시설의 기능 전환, 지역사회전환시설과 주간재활시설 확충, 정신건강 특화 통합돌봄 연계 등을 추진한다.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일 경험 시범사업과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자립준비주택·독립지원주택 공급 확대와 팀 단위 전문 주거지원 서비스 제공도 검토한다. 동료지원인 양성과 활동 지원, 동료지원쉼터 전국 확대도 포함됐다.

중독 대응체계는 예방부터 치료·재활까지 전면 손질한다. 정부는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관리와 온라인 유해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마약 치료보호기관은 2025년 9곳에서 2027년 18곳으로 확대하고, 지역사회 내 경증 환자를 위한 전문의원 지정도 검토한다. 중독 수준별 표준 치료지침과 평가체계 개발, 디지털 치료기기와 전자약 개발 지원도 추진된다.

자살예방 대책도 한층 구체화됐다. 자살긴급정보 24시간 모니터링, 응급실 기반 사례관리 강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확대, 자살유가족 원스톱 서비스 전국 확대 등이 담겼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는 AI 기반 의미분석 기술을 도입해 위기 신호를 조기에 탐지하고, 온라인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차단 의무 이행력도 높일 계획이다. 번개탄 등 자살위해물건에 관해선 부적정 사용 방지를 위해 소관부처와 민간기업 등과 협력해 유통·판매 관리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신건강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범부처 협력체계 정비, 전달체계 기능 재정립, AI 기반 예측·진단·치료 기술과 디지털치료제 개발 등 연구개발(R&D) 확대, 심리상담서비스 인력 자격 관리 검토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이행 상황과 핵심 지표 달성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형훈 복지부 차관은 “우울과 불안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의 아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누구나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 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함께 당사자와 가족이 주도적으로 회복과 자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