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를 겨냥한 생성형 AI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한 영상에 이어,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을 조롱하는 영상까지 확산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안중근 순국일(26일)을 맞아 누리꾼들이 제보해줘서 알게 됐다”며 “틱톡을 확인해 보니 AI로 제작된 안중근 방귀 영상이 5개나 올라와 있었고, 누적 조회수 약 13만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열차와 풍선 등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합성해 희화화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서 교수는 “유관순, 윤봉길, 김구 등 사진으로 제작한 악성 콘텐츠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이런 악성 콘텐츠를 발견하게 되면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인해 영상 노출이 될 수 없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틱톡 측도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틱톡에는 AI 기술로 제작된 안중근 의사 조롱 영상 여러 건이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들은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열차나 풍선 등에 합성한 뒤 방귀를 뀌는 모습으로 묘사하는 등 노골적인 희화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는 수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앞서 유관순 열사를 소재로 한 영상 역시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거나 방귀의 추진력으로 우주로 날아가는 등의 장면을 연출하는 등 과도한 희화화로 논란이 됐다. 해당 계정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영상을 올리며 2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논란 이후에도 게시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행법으로는 이 같은 행위를 직접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단순한 조롱이나 욕설 등 모욕적 표현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모욕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모욕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규정돼 있어 사망한 인물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자를 대상으로 한 비하·희화화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고인을 활용한 콘텐츠가 상업적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영상 제작자의 의도가 조롱이든 추모든 관계없이, 조회수와 광고 수익 구조에 따라 콘텐츠는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결국 유족 입장에서는 고인의 이미지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발생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혐오·비하 콘텐츠가 반복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가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사자에 대한 명예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러한 콘텐츠가 반복될 경우 사회 전반의 역사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공적 의미가 큰 인물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적 한계 뿐 아니라 제도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주로 인물 사진을 AI에 입력해 성 착취물을 생성하는 것을 막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4월 사자 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긴 했지만, 생성형 AI의 부작용과 결부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AI 기술 발전 속도를 기존 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빠르게 등장하는 환경에서 이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태선 아주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타인을 모방하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면서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술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활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 체계를 정비하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