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원 잭팟 터뜨린 K바이오…“기술수출만이 살길” [K바이오 수출 30조원 시대①]

21조원 잭팟 터뜨린 K바이오…“기술수출만이 살길” [K바이오 수출 30조원 시대①]

“전략적 파트너 수준 격상”…K바이오 경쟁력 입증
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 계약 통해 신약 개발 트렌드
“R&D 투자 적은 한국 제약업계…기술수출 통한 자금력 확보 먼저”

기사승인 2026-04-01 06:00:06 업데이트 2026-04-01 10:42:54
정부가 반도체를 이어갈 제2의 먹거리 산업으로 ‘제약‧바이오’를 낙점했다. 2030년까지 기술수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K-바이오는 지난해 기술수출 2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빅파마를 배출해낸 제약산업 선도 국가와 비교하면 자금력, 임상 경험 등도 적은 데다 글로벌 규제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2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가 후보물질부터 직접 개발하기보다 유망 기술을 사들이는 방식을 선호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 총액은 145억3000만달러(약 21조원)을 기록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일라이릴리에 초대형 신약 플랫폼 글로벌 기술이전 2건의 성과를 올리며 8조원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 알지노믹스, 오스코텍 등 바이오텍도 조 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현장에서도 K-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체감할 정도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민영 선임외국변호사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의 한국 기업 평가는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 수준으로 격상됐다”며 “주요 글로벌 행사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와 파트너링 미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선제적으로 협력 제안을 받고 자문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의 까다로운 실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지식재산권(IP) 안정성과 데이터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검증을 거쳤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에 있어서 협상 역량도 한층 높아졌다. 이보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에는 플랫폼 기술이나 임상 초기 데이터까지 확보된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면서 법률적, 사업적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복수 글로벌 제약사와 병행 협상이 가능한 수준까지 협상 구조가 성숙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다만 기술수출 규모 증가는 한국만의 성과는 아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고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공개한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전체 기술수출 계약은 총 157건, 1357억 달러(약 20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컨설팅기관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제약 라이선스 가치 비중은 2019~2021년간 5%에 불과했으나, 2022~2024년 27%로 급증했다. 2024년엔 32%, 2025년엔 48%로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BCG는 “중국의 바이오텍 생태계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차지하는 혁신 허브가 됐다”며 “특정 분야에서는 지배적인 틈새시장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글로벌 빅파마의 신약 개발 전략 변화에서 찾는다. 거대 자본을 보유한 빅파마들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연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보다, 외부의 유망한 초기 후보물질을 적극 도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가운데 상당수가 기술이전을 통해 탄생했다. 외부 혁신기술을 도입해 상업화 단계까지 개발하는 방식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글로벌 신약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술수출을 통한 자금력 확보가 우선인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이 단시간 내에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신약 개발을 완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기술수출을 통해 자본과 에너지를 축적하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과도기로 보인다”며 “기술수출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해외 주요 국가들의 전략을 국가적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동철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교 겸임교수 및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도 “전 세계 제약‧바이오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약 370조원에 이르는 반면, 국내 투자액은 약 4조5000억원 수준에 그쳐 자본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는 직접 판매의 리스크를 지기보다, 전략적 기술수출로 자본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다만 이를 바탕으로 상업화 및 글로벌 판매 역량을 단계적으로 내재화 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해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고 직접 판매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